종이배
 

타고르(1861-1941)

매일 매일 나는 종이배를 하나씩 흐르는 물살에 띄워 보냅니다.
크고 검은 글씨로 나는 그 배에 내 이름과 내가 사는 마을 이름을 적어놓습니다.
낯선 나라 누군가가 내 배를 발견하고 내가 누구인지 알아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나는 우리 집 정원에서 따온 슐리꽃을 내 작은 배에 싣고 이 새벽의 꽃들이 밤의 나라로 무사히 실려 가길 바라고 있습니다.
나는 종이배를 띄우고 하늘을 보고 바람 안은 흰 돛 형상의 조각구름을 바라봅니다.
하늘의 내 또래 장난꾼이 내 배와 경주하려 바람을 구름에 날리는지 알 수 없어요.
밤이 오면 나는 얼굴을 팔 안에 묻고 한밤의 별 아래 내 종이배가 흘러 흘러가는 꿈을 꿉니다.
잠의 요정들이 그 배에 노를 젓고 뱃짐은 꿈으로 가득 찬 광주리입니다.
(주) 슐리꽃 : 열대산의 콩과 식물

(시감상) 라빈드라나드 타고르 (Rabindranath Tagore)는 인도의 캘커타의 명문 브라만 계급출신으로 7형제 중 막내로 태어났다. 시인, 사상가이다. 신에게 바치는 송가라는 의미의「기탄잘리」(Gītānjali, 1912)로 1913년 동양인으로서는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한국을 방문하고 <동아일보>에 「아시아의 등불」이라는 시를 기고했다. 타고르가 노벨상을 탈 때 그 심사를 맡았던 헤이덴스탐은 다음과 같이 감동했다. “이 시를 읽는 동안 나에게는 뜨거운 즐거움이 넘쳐흘러 마치 맑고 신선한 샘물을 마시는 것 같았다”

이 시의 화자는 몽상적이고, 활동적이며, 진취적인 어린이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 어린이는 퍽 평온하고 선량한 느낌이 든다. 시골 아이들은 자연을 자신의 놀이공간으로 활용한다. 나의 고향집(인천시 중구 남북동) 근처에는 하묵골 저수지가 있다. 가장자리는 왕골, 부들, 창포 같은 수초로 무성하고 산비탈 쪽엔 물총새 집이 있었다.

여름이 되면 아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벌거벗고 헤엄을 쳤다. 옆에서 아낙네들은 빨래를 했다. 도시에서 내려 온 아이가 물에 빠져 죽은 적도 있다. 나는 봄가을에 종이배, 솔보굿 배, 널빤지 배 등을 만들어 띄었다. 고무 튜브를 띄는 아이들은 선망의 대상이었다.

동네 남자 애들을 따라온 딸만 있는 집, 어린 여자애들은 배를 만들지 못하고 나뭇잎 배를 띄었다. 양초를 입힌 종이배는 쉬 엎어지기 때문에 돌멩이를 넣고 메뚜기도 묶어 놓곤 했다. 배고픔과 속박이 없으면 아이들은 어디든지 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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