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변호사 이창근입니다.

지난번 이야기에 이어서 명예훼손죄와 관련하여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데요.
금번 이야기는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함에도 불구하고 위법성을 인정할 수 없어 처벌받지 않은 경우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 P씨 등은 2000. 7. 15.경 체육대회가 열린 초등학교 교무실에 들어와서 당시 일직 근무를 하고 있던 A씨에게 ‘어 아가씨, 차좀 주지’라고 말하거나 교감 책상에 앉아 소란스럽게 굴자, 교사 A씨가 교감 책상에 앉은 P씨에게 ‘그 자리는 교감자리이고 아무나 앉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지적하였고,

P씨 등은 A씨에게 ‘뭐 이딴게 다 있어’라고 소리치면서 교무실로 나가다가 A씨의 이름을 적은 후 그 다음날 교육청에 전화하여 교사 A씨가 불친절하다고 항의하였으며 결국 교사 A씨는 위 일로 인하여 경위서를 작성하여 제출하였습니다.

이에 A씨는 ‘지난 15.경 체육대회 후 P씨등이 교무실에 들어와....그 중 P씨는 교감 책상에 버젓이 앉아 항의를 받았다...’라는 내용의 유인물을 팩스를 통하여 지역 신문사에 송부하였고, 그와 같은 행위로 인하여 명예훼손죄로 기소되었습니다."(위 사건은 대법원 2001. 10. 9. 선고 2001도3594 판결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입니다)

위 재판에서 A씨는 지역 신문사에게 알린 내용은 진실한 사실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형법 제310조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위 A씨 주장의 타당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그 근거규정의 내용 및 그에 대한 법원의 해석에 대하여 알아보아야 할 것입니다.

지난번에도 잠깐 언급한바와 같이 형법은 인격권으로서 개인의 명예를 보호하기 위하여 제307조 이하에서 명예훼손죄를 규정하면서 한편으로는 헌법상 보장된 정당한 표현의 자유의 보장이라는 상충되는 두 법익을 꾀하기 위하여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는바 동법 310조는 ‘제307조 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적시한 사실, 즉 불특정, 다수인에게 알린 사실이 진실할 뿐만 아니라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인때에는 명예훼손죄로 처벌을 할 수 없는데, 더 나아가 대법원은 ‘진실한 사실’의 의미에 대하여 그 내용 전체의 취지를 살펴볼 때 중요한 부분이 객관적 사실과 합치되는 사실이라는 의미이므로 일부 구체적인 부분이 진실과 약간 차이가 나거나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하더라도 무방하고, 만일 진실한 사실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진실한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에는 진실한 사실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하였으며,

‘공공의 이익’의 의미와 관련하여 국가·사회 기타 일반 다수인의 이익에 관한 것 뿐만 아니라 특정한 사회집단이나 그 구성원의 관심과 이익에 관한 것도 포함된다고 판단함으로써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지 않는 경우를 넓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위 사건에서 대법원은 A씨가 지역 신문사에 알린 사실의 구체적인 부분이 다소 다른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는 허위의 사실이라고 보기 어렵고, 위 사실을 알린 것은 P씨등이 학교에서 교사들에게 무례한 행동을 한 것을 알리고 이에 대하여 항의함으로써 교사의 권익을 지킨다는 취지였다고 판단함으로써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하였습니다.

첨언하자면 명예훼손죄는 범죄 행위라는 사실을 인식하지 못하고 쉽게 저지를 수 있는 범죄 중 하나입니다.

단적인 예를 들어 B씨가 C씨와 말다툼 중 C씨를 폭행하였고 그로 인하여 형사처벌을 받게 된 경우라고 할지라도, 만일 폭행당한 C씨가 주위 사람들에게 ‘B씨가 자신을 폭행한 일로 형사처벌을 받았다’라고 이야기 하였다면, 형법 제307조 1항에 따라 명예훼손으로 처벌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라서 형법규정이 허위사실 적시뿐만 아니라 진실한 사실 적시에 대해서도 처벌근거를 두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하시어, 진실한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것이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경우가 아닌 이상 타인의 명예를 훼손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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