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 수족관
 

최승호(1954~)

아마존 수족관 열대어들이
유리벽에 끼어 헤엄치는 여름밤
세검정 길,
장어구이집 창문에서 연기가 나고
아스팔트에서 고무 탄 내가 난다
열난 기계들이 길을 끓이면서
질주하는 여름밤
상품들은 덩굴져 자라나며 색색이 종이꽃을 피우고 있고
철근은 밀림, 간판은 열대지만
아마존 강은 여기서 아득히 멀어
열대어들은 수족관 속에서 목마르다.
변기 같은 귓바퀴에 소음 부엉거리는
여름밤
열대어들에게 시를 선물하니
노란 달이 아마존 강물 속에 향기롭게 출렁이고
아마존 강변에 후리지아 꽃들이 만발했다
<2009. 11. 21. 토. 중앙일보>

최승호(崔勝鎬1954.8.5 ~ )는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춘천교육대를 졸업하고 강원도의 벽지 초등학교에서 근무했다. 1977년 〈비발디〉로 《현대시학》의 추천을 받고 시단에 데뷔했다. 1982년 제6회 「오늘의 작가상」, 2003년 제3회 「미당문학상」등을 수상했다.

이 시에선 ‘열대어들이 유리벽에 끼어 헤엄치는 여름밤’, ‘열난 기계들이 길을 끓이면서 질주하는 여름밤’, ‘변기 같은 귓바퀴에 소음 부엉거리는 여름밤’ 등 여름밤의 세검정 길을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아마존 수족관은 커다란 수족관일까 아니면 실제로 아마존 강에서 사는 열대어를 기르는 수족관일까. 하지만 아무래도 좋다.

인간의 욕심 때문에 수족관 안에 있는 열대어들은 목이 마르다. 인간들은 콘크리트 건물들을 아마존의 밀림으로 착각하고, 현란한 상업적 간판들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을 아마존의 열대기후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것은 착각이다.

그래서 깨닫고 난 후 인간은 몹시 허탈감을 깨닫게 된다. 인간들을 열대어로 의인화 했을 때 진정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시를 선물하는 것이다.시는 모든 존재의 영혼이고, 착각하고 사는, 잃어버린 영혼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가 있어야 한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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