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계장터
 

신경림(1936 ~ )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청룡(靑龍) 흑룡(黑龍) 흩어져 비 개인 나루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네.
뱃길이라 서울 사흘 목계 나루에
아흐레 나흘 찾아 박가분 파는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 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서리 맵차거든 풀 속에 얼굴 묻고
물여울 모질거든 바위 뒤에 붙으라네.
민물 새우 끓어 넘는 토방 툇마루
삼년에 한 이레쯤 천치(天痴)로 변해
짐부리고 앉아 있는 떠돌이가 되라네.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신경림은 충북 충주시(당시 중원군)에서 태어났다. 충주고등학교와 동국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1959년『문학예술』에 <낮달> 이 추천되어 문단에 나왔고, 초등학교 교사를 거쳐 현대문학사와 동화출판공사 등에서 근무했다.

1974년 제1회 만해 문학상, 1981년 제8회 한국 문학 작가상, 1990년 이산 문학상을 수상하였다.《농무》,《달넘새》등의 시집이 있다. 이 시는 뚜렷하게 누구를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목계 장터를 중심으로 떠도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갈등을 노래했다.

시인이 시적화자를 내세워 1인칭 독백 형식으로 읊고 있다.

“하늘은 날더러 구름이 되라 하고, 땅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네, 하늘과 땅은 잡초나 일깨우는 잔바람이 되라하네, 가을볕도 서러운 방물장수 되라 하네, 산은 날더러 들꽃이 되라하고, 강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 하네, 산과 강은 짐 부리고 앉아 쉬는 떠돌이가 되라하네, 마지막 연에 가서 하늘은 날더러 바람이 되라 하고, 산은 날더러 잔돌이 되라하네” 넉넉한 사람들의 ‘의사, 변호사, 판사가 되겠다’는 의지가 아니라, 뚜렷한 목표가 없이 살아가는 고달픈 장터 사람들의 떠남과 머무는 생활에서 펼쳐질 삶을 갈등하는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지고 있다.
 

저작권자 © 남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