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근로자도 근로자입니다!

지난 몇 달간 근영씨의 인생은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것만 같습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계속하여 근무했던 회사가 경영악화로 인하여 문을 닫게 되고, 경쟁업체가 회사의 남은 자산을 인수해갔습니다.

이대로 꼼짝없이 직장을 잃게 되나 마음을 졸이던 찰나 인수회사에서 일부 직원들을 고용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근영씨는 새로 고용되는 30명 안에 포함될 수 있었습니다.

3개월의 수습기간 이후 정규직으로 전환한다는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돌아오던 날 근영씨는 지난 몇 달간의 마음고생을 떠올리며 펑펑 울었습니다. 다닐 수 있는 회사가 있다는 것이 그저 고마웠던 근영씨는 정말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데 3개월이 지난 오늘, 근영씨는 근무성적 불량을 이유로 정규직 전환을 거부하고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회사의 통지서를 손에 들고 망연자실합니다.

근영씨는 도저히 납득을 할 수 없습니다. 그토록 열심히 일했는데 근무성적 불량이라니요. 게다가 근무성적을 평가한 방식도 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회사는 근무평가를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를 하도록 하여 반드시 C 또는 D 등급이 일정 수 이상 발생하도록 해놓았습니다.

그리고 부서장의 근무평가표가 작성된 후에 근영씨가 속한 부서 등 일부 부서에 재작성을 요구하여 부서장의 임의로 근무평가를 재작성하기도 하였습니다.

정규직원들과의 비교를 통해 채점하였다는 점도 새로 회사에 들어오게 된 근영씨에게는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도 듭니다. 회사에 항의를 해봤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수습기간의 의미가 원래 그런 것 아니냐는 말 뿐입니다.

많은 회사들이 직원을 신규 채용할 경우 대략 1개월에서 3개월 남짓의 수습기간을 두고는 합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수습기간에 대해 ‘일을 배우는 기간’ 혹은 ‘첫 몇 달간 월급이 적게 나오는 기간’ 정도로 의식하는 데에 그칩니다. 도대체 이 수습기간의 법적 의미는 무엇일까요?

법원은 수습기간을 시용계약으로 보아 시용기간 중에 또는 시용기간 종료 시에 합리적 사유에 근거하여 해약할 수 있는 권리가 사용자에게 유보되어 있는 근로계약으로 판단합니다.

근로자를 한번 고용해서 일을 시켜보고 만약 불성실한 근무태도라든지 회사에서 반드시 지켜야 할 의무를 위반하여 중대한 사고가 발생된다든지 등의 업무적격성이 부족하다고 판단될 만한 사유가 발생하면 본 채용(정규직 전환 등)을 거부할 수 있는 제도라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수습기간(시용계약)은 어디까지나 근로계약입니다. 따라서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를 금지하는 근로기준법상의 해고제한규정은 시용계약에 있어서도 당연히 적용됩니다.

그래서 법원은 수습근로자의 해고에 대해 수습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 업무적격성을 관찰‧판단하려는 시용제도의 취지‧목적에 비추어 볼 때 보통의 해고보다는 해고의 정당성이 넓게 인정되지만,

이 경우에도 객관적으로 합리적인 이유가 있어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어야 한다고 합니다.

근영씨의 경우는 어떠할까요? 법원은 근영씨에 대한 근로계약의 해지는 정당하지 않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이유로 부서별로 반드시 C 또는 D 등급의 해당자 수를 할당한 점, 회사의 근무평가 재작성 요구로 인하여 부서장들이 혼자서 임의로 근무성적 평가표를 재작성한 점, 그리고 단순히 C 또는 D로 표기되어있기만 한 근무성적 평가표만으로는 근영씨의 업무수행능력이 어떻게 부족하였는지 또 그로 인하여 업무수행에 어떠한 차질이 있었는지를 알 수 없다는 것을 들었습니다.

그러나 다만 근영씨의 근무성적을 평가하는데 있어서 정규직 직원들과 비교한 것은 부당하지 않다고 하였습니다. 평가 대상자의 근무태도, 업무능력 등을 평가할 때에 통상의 평균적인 직원의 근무태도, 업무능력을 기준으로 하여 비교‧평가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직원을 채용하는 일은 큰 의미를 가지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력서와 짧은 면접은 한 사람을 평가하기에 너무도 협소한 자료에 불과하지요.

시용제도를 잘 활용하면 사용자에는 근로자가 우리 회사에 얼마나 적합한 인재인지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하고 본채용으로 나아갈 수 있고, 근로자에는 나의 업무능력과 잠재력을 충분한 시간을 두고 회사에 보일 수 있습니다. 이렇듯 유용한 시용제도, 장점을 살려 활용하되 남용을 용납하여서는 안 될 것입니다.

※ 위 사례는 대법원 2006.2.24. 선고 2002다62432 판결을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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