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거된 유병언 장남 대균(왼쪽)씨와 박수경씨
유병언(73) 전 세모그룹 회장(청해진해운 회장)의 장남 대균(44)씨와 도피 조력자 박수경(34)씨가 유씨의 사망이 확인된지 사흘 만에 검거됐다. 이들은 세월호 사고 직후인 4월 19일부터 도피를 시작해 3개월여 만에 덜미를 잡혔다.

인천지검과 인천지방경찰청은 25일 오후 7시께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상현동의 모 오피스텔에서 은신 중인 대균씨와 박씨를 검거했다고 이날 밝혔다.

이 오피스텔은 대균씨의 수행원이자 측근의 여동생인 하모(46)씨 소유로 5월초까지 사용하고 비워뒀던 것으로 전해졌다. 하씨도 이날 경찰에 검거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상당기간 빈 오피스텔로 파악됐는데도 계속해서 수도·전기요금이 청구되는 사실에 주목했고 은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감시 작업을 벌여오던 중 이날 해당 은신처를 급습했다.

하씨의 휴대전화 요금이 청구되는 주소가 경찰이 확보한 부동산 현황 목록과 다른 점도 의심스런 정황이었다.

인천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 경찰관 8명은 소방당국과 함께 이날 오후 5시께부터 2시간 가량 검거에 불응, 저항하는 대균씨를 상대로 설득 작업을 벌였다.

대균씨는 오후 7시께 "문을 부수겠다"는 경찰의 경고가 나오자 지친 표정으로 문을 열고 나와 별다른 저항없이 순순히 체포에 응했다.

오피스텔 방에는 TV와 책상 등의 가전·가구는 일절 없었으며 오랜 도피생활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의 짐과 현금 1천만원만 발견됐다.

경찰은 일단 이들을 용인에서 인천청 광역수사대로 이송해 간단한 신원 조사를 한 뒤 인천지검에 신병을 인계했다.

박씨는 경찰에서 "지난 4월 22일 차량으로 대균씨를 오피스텔에 내려주고 인근을 몇바퀴 배회한 뒤 오피스텔로 들어가 함께 은신을 시작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균씨는 인천청 광수대에 도착한 뒤 심정이 어떠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부모와 자식 사이에 부모가 죽었는데 기분이 어떻겠냐"고 되물었다.

대균씨는 호송 차량에서 경찰관으로부터 부친의 사망 사실을 전해듣고 놀란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오후 9시 30분께 인천지검에 도착해서는 밀항을 시도한 사실이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피중 가족과 연락한 적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모든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답변을 하지 않았다.

검찰은 대균씨를 상대로 횡령 및 배임 혐의를 비롯해 박씨와 함께 한 도피 경로 등을 본격 조사할 예정이다.

대균씨는 프랑스에서 체포된 장녀 섬나(48)씨, 미국에서 행적을 감춘 차남 혁기(42)씨와 달리 세월호 사고 이후 국내에 머물고 있어 검경이 수사력을 집중해 뒤를 쫓아왔다.

대균씨는 세월호 참사 직후인 지난 4월 19일 인천공항을 통해 누나 섬나씨가 체류하는 프랑스로 출국을 시도했다.

그러나 자신이 출국금지된 사실을 알아채고 공항에 차량을 버려둔 채 경기도 안성 소재 금수원으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수원 내에서 유씨 등과 대응책을 논의한 대균씨는 곧바로 금수원을 떠났고 이후 행적이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검찰은 아버지 유씨와 횡령·배임, 조세포탈 등을 공모한 혐의로 대균씨에게 지난 5월 12일 소환을 통보했지만 불응하자 곧바로 체포영장을 발부받았다.

검찰은 유씨에게 5억원의 현상금을, 대균씨에게 1억원의 현상금을 내걸고 신병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왔다.

기독교복음침례회(일명 구원파)에서 일명 신엄마로 불리는 신명희(64·구속기소)씨의 딸인 박씨는 태권도 선수 출신으로 지역 태권도협회 임원을 맡은 바 있어 유씨의 방패막이 역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유씨 최측근 중 한명으로 유씨 도피를 도운 엄마 신씨의 지시에 따라 대균씨를 도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지난 15일 박씨를 공개수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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