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영이 안방에 벌여놓은 잔치를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

한국은 26일 끝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경영 경기에서 금메달 하나 건지지 못한 채 은메달 2개, 동메달 6개를 수확하고 대회 일정을 모두 마쳤다.

한국 수영이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하나도 못 딴 것은 1978년 방콕 대회에 이어 36년 만이다.

이번 대회 경영 경기에 걸린 총 금메달은 남녀 19개씩 총 38개다.

이 가운데 중국이 22개(은 12, 동 11)를 쓸어담았고 일본은 12개(은 20, 동 13)를 챙겼다.

우리나라는 카자흐스탄(금 3, 은2)과 싱가포르(금 1, 은 2, 동 2)에도 밀려 경영 종목 메달 순위에서 5위로 처졌다.

한국은 고(故) 조오련 씨를 비롯해 최윤희 등 걸출한 스타 덕에 아시안게임에서 근근이 금맥을 이어왔다.

그러다가 박태환(인천시청)이라는 수영 영웅의 등장과 함께 2006년 도하 대회에서 재도약의 희망을 봤다.

박태환이 3관왕과 함께 단체전까지 뛰며 혼자 7개의 메달(금 3, 은 1, 동 3)을 수확한 한국은 경영에서만 총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1개를 수확하고 20년 가까이 이어진 침체에서 벗어났다.

박태환이 2회 연속 3관왕의 위업을 이룬 광저우 대회에서는 정다래가 여자 평영 200m에서 깜짝 금메달을 목에 걸어 한국수영 단일 아시안게임 최다 금메달(4개) 기록까지 쓰였다. 은메달은 3개, 동메달은 6개를 거둬들였다.

하지만 이번 인천 대회에서는 홈그라운드의 이점에도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아들였다.

총 8개의 메달 중에서도 박태환이 딴 것만 단체전을 포함해 6개다.

성적만 놓고 보면 박태환이 등장하기 직전 대회인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금 1, 은 2, 동 8) 수준보다도 못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강자들이 출전하고도 한국 신기록은 6개를 세우는 데 그쳤다.

무엇보다도 이번에도 슈퍼스타 박태환의 뒤를 이을 '제2의 박태환'을 발굴하지 못했다는 것이 한국 수영으로서는 더욱 뼈아프다.

올해 우리 나이 26세인 박태환의 나이를 고려하면 이번 대회는 사실상 그의 마지막 아시안게임 무대가 될 공산이 크다.

박태환조차도 후원사를 찾지 못해 자비로 전지훈련 비용을 대는 것이 한국수영의 씁쓸한 현실이지만 과감한 투자와 지원 없이 결실만 기대할 수는 없다.

한국수영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려면 무엇보다도 유망주를 일찌감치 발굴해 집중적으로 조련하면서 다양한 국제대회 경험을 쌓도록 할 필요가 있다.

선수들도 '전국체전용'으로 안주하지 말고 '국제무대용'이 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지도자들에게는 세계 수영의 흐름을 놓치지 않도록 수영선진국의 시스템을 보고 배울 기회를 많이 줘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2019년에는 광주에서는 세계수영선수권대회도 열린다.

이번 아시안게임처럼 안방에서 치르는 대회를 다시 남의 잔치판으로 내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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