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청탁 금지가 청렴의 시작
남동소방서 만수119안전센터 소방장 정성철

서울시 공무원 행동강령은 1천원 이상의 접대 및 금품을 수수해도 공무원에게 징계를 내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데, 서울특별시 한 구청의 도시관리국장은 관련업체로부터 50만원 상당의 상품권 및 접대를 받아 해임처분을 받았다.

아직 징계위원회 결정사항에 대하여 행정소송 중이지만 공직자들에게 경종을 울리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연초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에 관한 법률)도 이와 맥을 같이 한다. 이 법은 적용범위가 더 넓어 직무관련성과 관계없는 금품수수 및 돈이 오가지 않은 부정청탁도 처벌이 가능하고, 공직자가 아닌 민간인에게도 처벌이 가능하다.

이토록 청렴을 강조하는 이유는 뭘까? 관행적으로 용인된 작은 선물 및 부정청탁이 나비효과처럼 세월호 침몰같은 대형사고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러한 관행으로 인하여 공정한 직무수행이 어려울 수 있다. 아래의 실제 사례는 부정청탁으로 인한 공정치 못한 직무수행이 낳은 결과를 명백히 나타내 준다.

프랜시스 켈시라는 미국의 공무원이 있었다. 소속은 FDA 즉 미국식품의약국이었는데 하는 일은 신약에 대한 심사 후 판매여부를 결정하는 일이었다.

임용되자마자 첫 과제로 주어진 것이 독일에서 개발되어 임산부의 입덧 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나타낸다는 어떤 신약의 미국에서의 판매여부에 대한 심사였다.

약의 이름은 탈리도마이드. 입덧뿐만 아니라 두통, 불면증, 식욕저하 등 거의 모든 임신증후군에 잘 듣는다는 소문에 유럽 각국에서는 선풍적인 반응을 보였고 세계 최대 시장인 미국 진입을 코앞에 둔 상태였다.

제약회사는 이미 유럽 각국에서 절찬리에 판매되고 있으므로 미국에서도 의례적인 심사과정을 거쳐 즉시 판매허가가 나올 것을 기대했지만 담당자인 켈시의 생각은 달랐다.

그녀는 이 약이 사람에게는 수면제효과가 있는 반면에 동물에게는 효과가 없다는 점에 주목했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그녀는 제약회사측의 집요한 요구에도 차일 피일 시간을 끌며 승인허가를 미루었다.

영화 식코를 본 사람은 알겠지만 미국 제약회사들의 로비와 압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가며 승인허가를 질질 끌었다.

그러던 차에 유럽 각국에서 팔다리가 없거나 짧은 해표지증을 가진 기형아들의 출산이 급증하였는데 역학조사 결과 거의 모든 경우가 산모가 임신 중 탈리도마이드를 복용했다는 점이 밝혀졌고, 탈리도마이드의 미국판매는 불허되었다.​

유럽에서 8천명이 넘는 기형아들이 태어난 반면 미국에서는 켈시의 소신덕택에 단 17명밖에 태어나지 않았다. 켈시는 서류를 반려시킨 것 말고는 한 일이 없다고 겸손해 했지만 미국정부는 훈장으로 그녀의 강직한 업무처리에 보답하였다.

​이장덕이라는 한국의 공무원이 있었다. 소속은 화성군청 사회복지과였고 하는 일은 유아청소년용 시설을 관리하는 것이었다.

담당계장으로 근무하던 1997년 9월 그녀에게 관내에 있는 씨랜드라는 업체로부터 청소년 수련시설 설치 및 운영허가 신청서가 접수되었다. 실사결과 콘크리트 1층 건물위에 52개의 컨테이너를 얹어 2,3층 객실을 만든 가건물형태로 화재에 매우 취약한 형태였다.

당연히 신청서는 반려되었지만 그때부터 온갖 종류의 압력과 협박이 가해졌다. 직계 상사로부터는 빨리 허가를 내주라는 지시가 계속 내려왔고 민원인으로 부터도 여러차례 회유시도가 있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끝끝내 허가를 내주지 않았지만 1998년 화성군은 그녀를 민원계로 전보하였고 씨랜드의 민원은 후임자에 의해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1년도 채 못되어 씨랜드에서는 화재가 발생하였고 결국 18명의 유치원생들을 비롯한 23명이 숨지는 참극으로 끝났다.

똑같이 소신에 찬 공무원의 행동이었지만 한 사람은 비극을 막고 다른 한 사람은 비극을 막지 못했다. 온갖 부정청탁으로 인한 청렴하지 못한 공직과 사회의 분위기가 다른 점이다.

우리 사회 전체가 청렴하지 못하면 그 업을 우리의 아이들이 감당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무엇이라도 해야한다면 출발은 여기부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