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의 새 항로를 개척할 손학규호(號)가 3일 닻을 올렸다.

대중 지지도인 민심에서 앞선 인물을 당의 간판으로 내세워 차기 집권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야권의 바람을 안고서다.

비호남 출신 간판을 세워서라도 지역당 이미지를 씻어내자는 전국정당의 꿈도 손학규호에 실려있다.

지난 2008년초 그에게 주어졌던 대표직이 대선 참패에 빠졌던 당을 추스를 구원투수 역할이었다면 이번 2기 손학규 체제의 출범은 제1야당의 존재감을 높여 정권창출의 발판을 마련해야 할 무거운 임무를 안고 있다.

그 스스로 "무한책임의 자세로 당 지지율을 1등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했었다.

그는 이를 위해 진보 노선을 유지하되 `실천적 진보', `더 큰 진보'를 내세워 중도층까지 껴안는 광폭 행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개혁과 진보에 더해 중도가 힘을 합해야 정권을 찾아올 수 있다는 이른바 `삼합 필승론'이다.

대여 관계에 있어서는 대화와 타협의 기조로 다소 유연한 입장을 취하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있지만 한나라당 출신이라는 정통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더욱 선명성을 강조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지도부 인사간 권력 분점이 이뤄지는 순수 집단지도체제하에서 손학규판 개혁이 순항할지는 미지수다.

라이벌인 정세균, 정동영 최고위원이 나란히 지도부에 포진, 팽팽한 긴장관계가 구축된데다 여전히 호남 중심의 당내 기득권 구조가 해소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강력한 리더십이 발현될지는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당장 정동영 최고위원 등 비주류 그룹이 부유세 신설과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재협상 요구 등을 들고 나오며 진보적 색채 강화를 압박할 가능성이 커 노선 투쟁도 격화될 조짐이다.

당내 계파 갈등의 후유증을 극복, 화합을 꾀하면서 밖으로는 야권 통합과 연대를 무리없이 이끌어야 할 숙제도 그의 어깨 위에 놓여 있다.

손학규호 출범은 당내 세력판도의 새판 짜기도 예고하고 있다.

정세균 최고위원과 친노.486으로 대변되는 주류측의 퇴조와 정동영 최고위원을 중심축으로 한 비주류의 약진으로 압축된 지도부 경선에서 중간자적 위치를 취해온 손 대표가 지휘봉을 잡으면서 어느정도 계파간 힘의 균형이 이뤄지게 된 셈이다.

다만 선거 과정에서 손 대표측과 느슨한 연대를 취해온 비주류의 입지가 상대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손 대표와 정세균 최고위원의 지지기반이 일정부분 겹친다는 점에서 기존에 정세균 최고위원을 지지했던 인사들이 손 대표측으로 이탈할 것이라는 섣부른 관측도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손 대표 개인으로선 당권 행보가 자신의 대권가도를 위한 포석이라는 일각의 의구심 어린 시선을 씻어내면서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당내 기반을 확실히 구축해야 할 과제도 안고 있다.

결국 손학규호가 안팎의 산적한 걸림돌을 제거, 안착하느냐 여하에 따라 정권교체를 벼르는 민주당의 미래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차기 당내 대권경쟁 국면에서 `정치인 손학규'의 운명도 여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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