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시작 큰 기대, 취업맞춤특기병 제도
 김대년 인천병무지청장

▲김대년 지청장
우리사회에서 언제부턴가 어려움을 느낄 때 단어 뒤에 절벽을 붙이는 빈도가 눈에 띄게 높아졌다.

절벽이란 용어는 골드만삭스의 이코노미스트 알렉 필립스가 2011년에 쓴 보고서에서 세금인상과 정부예산 삭감이 동시에 일어나 경기가 위축되는 상황을 절벽에 빗대어 ‘재정절벽’이라는 표현을 한 것에서 시작되어, 벤 버냉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이 표현을 인용하면서 유명해졌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부터 SNS에서 이 용어가 나타나기 시작하였고, 가장 많이 사용되는 한국의 3대 절벽은 ‘인구·취업·소비’라고 한다. 이 중 인구절벽과 취업절벽은 병무청과 무관하지 않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청년 인구가 군에서 필요로 하는 병역자원 보다 많아 1973년부터 잉여 병역자원에 대해 국가기간산업 발전을 위해 산업인력으로 지원해 주는 산업기능요원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2004년 산업연구원의 보고서에 의하면 산업기능요원의 직접적인 부가가치 기여액은 연 3조 3천억원에 이르고, 간접효과까지 포함하면 그 기여액이 연 8조 6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하지만 급격한 출생률 저하로 인한 인구절벽 현상에 따라 현역자원 부족이 예상되어 제도의 축소 내지 폐지계획이 지속적으로 발표되어 왔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 1순위는 ‘일자리를 책임지는 대한민국’이다. 그리고 취업절벽의 심각함을 우선적으로 해결하고자 먼저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일자리 81만개 창출을 공약하였다.

그러나 취업절벽의 상황에서도 중소기업은 여전히 고용난에 시달리고 있고, 산업기능요원 축소 또는 폐지 시에는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취업절벽의 심각함은 청년층에서 더 심각하다. 2016년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전체 실업자 중 청년 실업률이 다른 연령층보다 5배나 높게 나타났다고 한다. 유럽에서는 일자리 창출 뿐 아니라 청년층 취업지원을 위해 일찍부터 ‘청년 실업문제 해결을 위한 긴급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독일의 경우 2000년부터 국가 주도의 직업훈련과 고용알선으로 청년 실업률이 줄어드는 효과를 보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 고용노동부에서는 2010년부터 취업성공패키지 프로그램을 통해 직업훈련과 취업알선을 연계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의 경우 취업할 중요시기에 군복무라는 문제를 해결해야 하므로, 직업훈련 후 취업으로 연계가 어려워 경력이 단절되는 문제가 있었다.

병무청에서는 일자리 창출 역할 수행은 어려우나 청년층의 취업지원과 중소기업의 고용난 해소를 위해 2014년부터 국방부, 고용노동부와 협업하여 군 입영전 기술훈련을 수료하고 해당분야에서 기술병으로 복무를 하게 되며 전역 후에는 취업까지 지원받게 되는 취업맞춤특기병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모집인원은 첫해인 2014년도에 700명으로 시작하여 올해에는 1,800명에 이르고, 2018년에는 2,500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2016년도 첫해 전역자는 123명이었는데 고용노동부와의 협업 취업지원으로 67명이 취업에 성공하는 성과를 얻었다.

취업맞춤특기병 제도가 비록 작게 시작했지만, 인구절벽으로 인한 산업기능요원 제도의 축소 내지 폐지 시 중소기업이 겪게 될 고용난에 대비하여 지속적인 산업 기술인력을 지원하고 취업절벽에 부딪힌 청년에게 군복무와 연계한 취업기회를 제공하는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해 본다.

인천병무지청은 기관 간 협업 강화를 통한 보다 질 좋은 취업 및 고용지원 서비스 제공을 위해, 지난 3월부터 관할 고용센터와 협업으로 ‘취업맞춤특기병 전역자 취업·채용 ’ 커뮤니티를 운영하면서 강소기업 및 병역지정업체와 전역자와의 매칭을 돕고 있다.

또한 지난 4월부터는 기업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어 취업알선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기술학원(직업전문학교)과도 협업을 하고 있다.

한편 6월~7월에는 ‘취업맞춤특기병 전역자 취업·채용’ 커뮤니티에서 서울병무청, 경인병무청, 경기북부지청과 협업하여 ‘서울·인천·경기 취업맞춤특기병 전역자 온라인 채용박람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줄탁동시(啐啄同時)란 말이 있다. 병아리가 부화 시 알 안에서 껍질을 깨려고 부리로 온 힘을 다해 쪼아댈 때 어미닭이 밖에서도 깨는 것을 도와주는 것을 말한다. 병아리는 시간 내에 알을 깨고 나오지 못하면 질식사하게 되기 때문에 어미닭도 밖에서 도와야 한다.

취업절벽과 고용난은 더 이상 청년 또는 중소기업 자신들만의 힘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로 국가가 적극 나서야 한다. 병무청은 앞으로도 기관 간 협업의 강화 및 시스템화로 어미닭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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