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 떠 주는 여자
  배선옥

바다와 사람들
그 사이에 여자는 있다

날마다 횟감을 흥정하는 소란 속에
선승처럼 고즈넉이 앉아
오늘도 칼질을 한다
 
손을 뻗으면 무엇이든 집을수 있는
반경 오십센티의 작업장.
파랗게 날을 세운 칼을 집으면
이제 보이는 것은 모두
 

 
쓸데없는 감상은 손만 다치게 한다
한순간 명줄을 끊어주는 것도 자비
배를 가르고
미쳐 소화되지 못한 세상을 흩어내
깊숙히 묻힌 진심을 들어내면
곧 또하나의 역작이
접시에 담겨지리니

 이 시를 읽는 순간 갈매가가 빙빙 떠도는 바닷가의 평화로운 광경이 눈에 선하기도 하고 치열한 삶의 한 장면이 보이기도 한다. 이 시의 모티브는 시인 자신이다.

열심히 살고 있는 자신의 삶을 회를 뜨는 여자를 통하여 조명하고 있다. 1,2연은 회자가 되어 배경과 사실을 그림처럼 보고 있고 3,4연은 주인공이 되어 자신을 보고 있고 외부와의 투쟁과 타협을 그리고 있다.

5연에서는 존재의 본질을 깨닫는 단계로 독립적 존재로서의 가치 내지 정체성을 엿볼 수가 있다. 시인은 이시를 통하여 근원적 존재와 가치를 놓고 두루두루 살펴본 흔적 등 그 사유가 싶다 할 수 있다.

삶이란 누군가가 잘 먹고 배가 불러 즐거우면 누군가는 죽어 없어져야 하는 원초적, 근본적 배경에서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다. 아슬아슬한 경쟁사회에서 마지막까지 파닥거리는 물고기처럼 끈질긴 장면의 연속이 우리들의 삶이며 숙연하게 바라보는 이유일 것이다.

그러나 인생은 호수와 같아 수렁으로 되어 있으나 형용할 수 없는 잔잔한 아름다움이 아니겠는가? 고은영이 부른 시 [그러므로 삶아 남은 마지막 순간까지]란 시로 마무리 하겠다.

그러므로 그대여 인생을 자랑하지 마라/ 아직은 우리가 희망할/그 무엇이 남아 있음을 감사히 여길 것은/ 살아남은 그 순간까지 우리가 간직한 /마지막 사랑만은 잃지말아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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