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풍경
명서영

수백 년을 아름드리로 살아온 절간
지붕위에 접동새가 둥지를 틀었다
산과 경계가 없어진 마당에는
잡풀과 이끼가 무성하고
칡과 인동덩굴이 흔적뿐인 담장 넘어
안채 외벽까지 올라있다
풍경이 홰를 칠 때마다
구름이 한 발작씩 뒤로 흩어졌다 모아지면
하늘이 잠깐 열렸다가 닫혔다
그 틈사이로 키를 높이던 절이 목을 못 빼고 있다
오랫동안 인적이 끊긴 廢寺
이름은 잊었지만 외롭지 않다
새 가족들의 튼실한 집 되고
억새와 어우러진 산 되고
풍경이, 자연이 되었다
접동새 드나드는 열린 하늘로
나뭇잎 같은 절기와장이 더욱 푸르게 흔들린다

일이 있어서 오랜만에 인하대학교를 방문하였다. 15년 전쯤일까 시를 공부하겠다고 인하대 평생교육학과에 열심히 다닌 적이 있다. 함께 공부했던 친구들도 어디로 가고 없고 이가림교수님께서도 저세상으로 떠난 텅빈 교정에 서 있다.

사는 것이 간단하고 참으로 짧다는 생각이 새삼스럽게 든다. 인간보다 오래 사는 나무와 산과 물들도 떠오른다. 위에 시는 인하대 평생교육원에서 이가림교수님께 시를 배울 때 숙제로 써간 시다.

시에 빠져서 밤을 지새우며 공부하던 시절이지만 숙제하기 싫어서 새벽까지 고민 고민하면서 쓴 시를 교수님은 여러 학생들 앞에서 칭찬을 크게 하셨다. 가장 좋은 것은 ‘절을 아름드리나무로 표현한 것’이라면서 김광균 시인의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로 표현한 것에 걸 맞는 표현이라고까지 칭찬하셨었다.

시와 연애하던 시절이라서 예민하기도 하였고 잘 안 써져서 혼자 스트래스도 무척 받고 있던 시기였었는데 교수님의 그 칭찬이 슬럼프에 빠진 나를 꺼내어준 셈이었다.

오늘 인하대 마당을 거닐며 이가림교수님의 모습이 생생이 떠오른다. 지적이고 박식해서 어떤 질문에도 척척 대답하셨던 교수님의 인자했던 모습이 선하다.

공부를 더하겠다고 대학원에 갔고 그 뒤로 한 번도 찾아뵙지 못했고 감사하단 말도 못했기에 죄송한 마음도 크다. 가끔 아프단 소식과 돌아가셨단 소식만 접했을 뿐이기에 더욱 죄송스런 마음이다.
너무 인색했던 점 용서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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