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다니는 바다 

이상현

꽃게가
한 덩이의 바다를
물고 왔습니다.

집게발가락에
꼭 물려있는
조각난 푸른 파도.

생선 가게는 이른 아침
꽃게들이 물고 온
바다로 출렁입니다.

장바구니마다
갈매기 소리가 넘쳐 납니다.

쏴아쏴아
흑산도 앞바다가
부서집니다.

꽃게는
눈이 달린 파도입니다.
걸어 다니는 바다입니다.

*2006년 1월1일 발표
 현재 초등학교 5학년 교과서에 실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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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지는 집

명서영

海岸, 뒷걸음치는 바다
바다를 잡고 게 한 마리 뭍에 오른다
몸부림치던 바다는 게의 손을 뿌리치고
멀리 달아난다, 느릿느릿 게는
바다 옆으로 다가가더니
바다의 모가지를 덥석 다시 끌고나온다
파도가 수없이 솟아오르다 떨어진 하늘
물속 우뚝 솟은 태양
바다가 무수히 지은 자기안의
집, 담고 있던 모든 것들이
뭍에 끌려나오는 순간 부서지고 있다
결국 부서질 집을 일평생 지었던
바다, 바닷물은 해변의 숱한 모래사이로
산산조각난 후 반짝이고 있다
늙은 게 한 마리 바다를 가두려고
쉬지 않고 발가락 크게 벌려
모래를 파고 집을 짓고 있다
저 모래의 게 집, 조각난 바다를 구하러
물밀듯 밀려올 바다에 부서질 것이다

2004년 9월20일부터 30일까지 인터넷 웅진사이트 하종오선생님 방에 올린 시

1차 조언 하종오................... 가둔다는 확신은 맞지 않는다.
2차 조언 하종오----나를 안 넣어도 되리라. 작품만으로도 충분히 인간의 삶을 잘 표현했다
3차조언---마지막 두 줄에 대한 선택 여부는 지은이의 몫이다.
어쨌거나 지은이의 상상력이 치밀해진 것만은 사실이다. 상상력의 힘으 로만 씌어질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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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시를 비교하며 읽어 본다면 어떨까?
얼마 전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걸어다니는 바다]란 동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왜 내 시를 보는 느낌이 들었을까?

위 [부서지는 집]이란 시는 밤을 새우며 시 공부를 치열하게 할 때 쓴 작품이다. 인터넷에 하종오 선생님의 방이 있었고 습작시를 올리고 또 다듬어 올렸었다. 그때가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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