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날의 희망
박노해

따뜻한 사람이 좋다면
우리 겨울 마음을 가질 일이다

꽃 피는 얼굴이 좋다면
우리 겨울 침묵을 가질 일이다

빛나는 날들이 좋다면
우리 겨울 밤들을 가질 일이다

우리 희망은, 긴 겨울 추위에 얼면서
얼어붙은 심장에 뜨거운 피가 돌고
얼어붙은 뿌리에 푸른 불길이 살아나는 것

우리 겨울 마음을 가질 일이다
우리 겨울 희망을 품을 일이다

‘우리 희망은 긴 겨울 추위에 얼면서 얼어붙은 심장에 뜨거운 피가 돌고 얼어붙은 뿌리에 푸른 불길이 살아나는 것’이란 이 구절이 참 정겹다.

쉬운 것 같지만 어려운 문제인 것도 같고 겨울에 어려움에 죽지 않고 살아내는 생명인 것이다.

우리 곁에 다시 겨울이 찾아오고 있다. 작년 겨울은 매섭도록 추웠고 올 여름은 사상 최대로 더웠다. 좋게 생각하면 계절마저 확실해서 좋았지만 생이 이토록 힘든 것이다.

나는 나이가 들수록 정신이 쇄약해진 느낌을 강하게 받는다. 불경기가 한파처럼 몰려오는데 가정마다 행복하길 바라며 이시를 읽는다. 빛나는 날들을 원한다면 우리 함께 겨울 밤들을 단단히 마음과 몸을 추스르길 기원해본다.

박노해 시인은 노동자시인으로 유명하고 시도 많이 쓴 것으로 안다. 15년 전 나는 인터넷카페에서 시인과 대화를 한 적이 있다. 과격하지 않고 조용하고 침착하단 생각을 했었다.

뿌리를 묻고 겨울을 이기는 나무처럼 초연해지기를 나 자신에게 스스로 다짐해보는 시간이 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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