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이상국

오늘은 일찍 집에 가자

부엌에서 밥이 잦고 찌개가 끓는 동안

헐렁한 옷을 입고 아이들과 뒹굴며 장난을 치자

나는 벌서듯 너무 밖으로만 돌았다

어떤 날은 일찍 돌아가는 게

세상에 지는 것 같아서

길에서 어두워지기를 기다렸고

또 어떤 날은 상처를 감추거나

눈물자국을 안 보이려고

온몸에 어둠을 바르고 돌아가기도 했다

그러나 이제는 일찍 돌아가자

골목길 감나무에게 수고한다고 아는 체를 하고

언제나 바쁜 슈퍼집 아저씨에게도

이사 온 사람처럼 인사를 하자

오늘은 일찍 돌아가서

아내가 부엌에서 소금으로 간을 맞추듯

어둠이 세상 골고루 스며들면

불을 있는 대로 켜놓고

숟가락을 부딪치며 저녁을 먹자 

어젯밤 늦은 시간에는 인천에는 눈이 내렸다고 한다. 새벽에는 눈의 흔적도 없었기에 첫눈이라고는 명하기 어렵겠지만 눈 내리고 바람 불고 추운 날씨에는 누구도 집이 좋을 것이다.

이 시는 2005년도 발표한 된 것으로 오래된 시지만 이상국 시인님의 '봄날 옛집에 가서'란 시와 맥락이 비슷하여 올려본다. 날씨도 경제도 사람인심도 겨울로 얼어붙은 시기에 따뜻하고 소박한 고향집 풍경에 들어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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