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
이성부

벼는 서로 어우러져
기대고 산다
햇살 따가워질수록
깊이 익어 스스로를 아끼고
이웃들에게 저를 맡긴다

서로가 서로의 몸을 묶어
더 튼튼해진 백성들을 보아라.
죄도 없이 죄지어서 더욱 불타는
마음들을 보아라, 벼가 춤출 때
벼는 소리없이 떠나간다

벼는 가을 하늘에도
서러운 눈 씻어 맑게 다스릴 줄 알고
바람 한 점에도
제 몸의 노여움을 덮는다
저의 가슴도 더운 줄을 안다
 
벼가 떠나가며 바치는
이 넓디 넓은 사랑,
쓰러지고 쓰러지고 다시 일어서서 드리는
이 피묻은 그리움,
이 넉넉한 힘…

이 시는 많은 논평가들이 ‘서로 의지하며 강인한 생명력으로 사는 벼의 속성을 통하여 일제 강점기부터 전쟁과 독제체제를 겪은 우리 민족의 강인함과 유대감을 강조하고 예찬하고 싶은 시’라고 평하였다.

이 시가 오래된 시지만 지금 현재 우리사회도 같은 각도로 필요하다고 판단하여 올려 본다. 몇 년 사이 우리나라에서는 집단시위가 많아졌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각자 자기주장을 내세우는 것이야 말로 생명력이 강한 증거라고 본다. 그런데 여기서 필자는 우리사회에 가장 큰 불행은 분별력의 상실이라고 주장한다.

똑같은 잘못을 하였어도 상대가 하면 비난의 대상이고 내가하면 잘못이 아니라는 주장과 그에 동조하는 만연된 분별력의 부재이다. 이로 인한 인식은 사회를 성장시키기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냉철한 비판을 갖은 사람을 존경하고 따라야 사회가 성장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선거를 앞두고 거짓과 진실을 분별할 수 있는 지도자가 그립다. 잘못하다가는 전체가 감정이나 견해나 사상에 대한 인식의 기준이 집단오류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들기 때문이다.

80년대는 특히 데모를 많이 하였다. 대단한 의지와 강인한 생명력을 갖은 젊은이들이 감옥에 가면서 직장을 잃으면서까지 옳고 그름을 외쳤다. 나는 뛰어나가 데모를 한 적은 없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분들의 용기를 응원하였다.

그분들이 젊은 나이에 느꼈던 감정과 역사와 사회에 대한 바른 인식이 그대로 앞으로도 이어지길 기원한다. 지금현재 우리사회는 옳고 그름에 대한 확실한 분별력과 그에 대한 인식이 절실하기에 위정자들이 앞장서시길 황량한 들판 한가운데 서서 기대해 본다.
*업 데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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