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의 정치과잉' 사라져야
 중앙.지방.시민분야 제도개선.의식변화해야 


  "50% 수준의 지방자치에 불과했다".

15년째를 맞는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에 대한 전문가들의 평가는 냉혹했다.

"중앙정부가 간과했던 지역의 자원을 활성화하려는 노력이 돋보인 시기였다"는 적극적인 평가도 일부 있었으나 "자율성이 없는 무늬만 지방자치였다"는데 이론이 없었다.

이에 따라 극히 일부에서는 기초자치단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지방자치가 지역주민의 삶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제도적 수단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인 방향으로 현행 지방자치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선거 올인 지방정치' 혁파해야
최준영 인하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재의 지방자치제는 매우 비효율적"이라고 혹평한 뒤 "지방자치를 하면서 `미래효과'가 나타나는 정책이 아니라, 득표를 위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정책들, 즉 토목공사나 축제계획 등이 남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염경형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정책실장도 "국민은 4년 동안 지방살림을 맡을 `살림꾼'을 바라는 것이지 중앙정치나 넘보는 `정치꾼'을 바라지 않는다"면서 지방자치가 되레 `정치과잉'의 한 요인이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최낙범 경남대 행정학과 교수도 "지방자치제는 도입 직후부터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선거에만 이용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가세했다.

이런 현상을 혁파하려면 현행 공직선거법을 개정해 상대적으로 `풀뿌리 민주주의' 교육을 제대로 받은 정치신인들의 대거 유입을 유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소성규 대진대 법학과 교수는 "현행 선거법은 현직에 유리하고 정치신인에게는 불리하게 돼 있다"면서 관련법 개정을 요구했다.

특히 소 교수는 "돈을 못쓰게 하면서 법정 선거비용 한도를 지나치게 높게 설정한 현행 선거법은 이율배반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최준영 교수는 "사실 주민들은 시.군.구의원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알지도 못한다"면서 "광역단체장 정도는 놔두고 나머지는 다 폐지하는 것이 방법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광역.기초단체 3각 정립 필요"
현행 지방자치제가 `무늬만'이라는 혹평을 받게 된데는 중앙정부의 과도한 개입이 문제가 됐다.

조유묵 마산.창원.진해 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은 "최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행정체제 개편은 그 자체로는 의미가 있으나 중앙정부를 배경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예를 들었다.

김기석 강원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지방자치가 뿌리내리기 힘든 본질적인 문제는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의 힘을 나눠갖겠다는 의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권력분점을 통한 상호연계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최낙범 교수는 "국가의 경쟁력을 지방의 경쟁력과 동일하게 보는게 세계적인 추세인 만큼 중앙정부는 대외 활동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지자체간 협조와 조율을 통해 해결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국가, 광역자치단체, 기초자치단체라는 3자간 역할분담이 잘 돼야 하며, 이것이 바로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필수조건"이라고 못박았다.


◇시민의식 바꾸고 제도개선 이뤄야
지방자치의 정치과잉, 중앙정부의 권한남용이라는 문제점 외에도 `낙후된' 시민의식도 개선해야 할 과제로 꼽혔다.

최진혁 충남대 자치행정과 교수는 "이제는 주민들도 자치단체장들과 함께 지역문제를 함께 풀어나간다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가져야 한다"면서 "주민참여 행정을 통해 지방정부의 재정 관련 서비스를 공동으로 생산하는 체제를 구축해야 전시행정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조광현 대구경실련 사무처장은 "현재의 주민자치위원회나 주민센터의 기능과 권한을 강화해 지자체 예산이 지역과 지역민을 위해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아울러 정당공천제 등 제도개선도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오재일 전남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가 정당의 이해관계에 따라 정당의 전리품을 나누는 것 같아 아쉽다"고 꼬집었다.

따라서 황성현 성남참여자치시민연대 간사는 "지방선거 후보가 특정 정당 소속 후보가 아닌 `개인' 자격으로 나온다면 단체장들과 의원들이 중앙당의 눈치를 보는 대신 지방행정에 더욱 충실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손동호 부산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국장은 정당공천체 폐지와 함께 "각계 전문가들이 비례대표로 많이 참여해 지역의회의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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