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마자세
최금진

오지 않는 말을 기다리는 겁니다

말이 함께 데리고 나간 갈기 무성한 숲의 나무들과

말똥처럼 따뜻하게 버려진 작은 오두막을 기다리는 겁니다

말발굽이 돋아 터벅터벅 외양간으로 돌아가는 말

그 고삐를 손에 쥐고 어제보다 더 먼 길을 걸어갔던 유목민들처럼

허공의 하중을 버티며 조금씩 무너지는 겁니다

조랑말 한 마리 있을리 없는 방안을 돌아보며

내가 나를 태우고 달릴 수 있기를 기다리는 겁니다

사람이 말답게 걷고 달리는 벌을 달게 받는 겁니다

어린 날 목마를 태워주셨던 아버지가 계셨다면

가끔은 잠꼬대를 하며, 히히잉, 울고 있는 내 모습을 보여줄 텐데

나의 죽마고우들은 모두

딱딱한 나무의자처럼 늙고 병들어 하나의 고향으로 모여 듭니다

싸움에서 패배하고 혼자 돌아온 말이 되는 겁니다

무릎을 꺾고 자리에 엎드려

커다란 어금니를 내보이며 헐떡헐떡 웃고 있는 겁니다

내가 떠나보낸 말을 생각하는 겁니다

무너진 울타리가 마지막까지 견뎌주던 안팎의 공허를

이렇게 짊어져 보는 겁니다

오지 않을 말을 기다리는 겁니다

이 텅 빈 고삐를 쥐고 나를 어디에다 묶어야 할지를 고민하는 겁니다

이 한편의 시를 찾기 위하여 60여 편의 시를 읽었다. 명색이 시인임에도 요즘에는 시도 잘 안 읽는데 시를 올릴 때만큼은 이 귀한 지면을 위하여 좋은 시를 찾아 헤매게 된다.

시에 대한 선입견을 갖지 않기 위하여 사람의 이름보다는 시를 먼저 보려고 하지만 또 최금진씨의 시를 감상하고 있다. 유명한 가수는 신곡도 역시 잘 부르나보다. 취미도 좋아하는 모든 것들이 굴곡이 있기 마련인데 이렇게 줄기차게 좋은 시를 쓰고 있는 최금신씨가 부럽기도 하다.

이 시가 좋은 이유는 거름을 잘 받은 나무처럼 시가 부유富裕하고 풍성하기 때문이다. 텔레비전에 나온 80대 어르신은 영어를 혼자 공부하셨다는데 외국인들에게 회화를 잘한다는 평을 받았다. 그 이유는 그가 많은 단어를 구사하기 때문이라 했다.

총알이 많아야 총을 쏠 수 있듯이 언어를 잘한다는 것은 같은 내용을 다르게 표현할 줄 아는 것이다. 여기에 문학은 전개가 빠르고 상상이 쭉쭉 뻗어나가야 흥미를 유발한다. 질리지 않는 법이다. 갇혀있는 단순한 시는 재미가 없기에 요즘 시를 쓰려면 생각이 많아지고 망설이게 된다. 해서 이점에 집중적으로 장황하게 거론하고 있다.

이 시는 이해가 잘 가는 비교적 쉬운 시인데 시인의 폭넓은 사유와 화려한 표현들이 독자를 대륙에서 말을 타고 달리는 기분으로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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