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푸라기
임보

낟알을
다 뜯기고
만신창이로
들판에 버려진
지푸라기

그러나 새의 부리에
물리면 보금자리가
되고,
농부의 손에 잡히면
새끼줄이 된다.

세상에는
낟알처럼 뜯기고
뜯기어 상처투성이로
버림받고 생의
의욕을 상실한 착한
사람들도 많으리라

지푸라기처럼
한심해 보였던
인생도 삶에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면
분명 행복한
시간으로
채워지리라.

누군가의 좋은 만남의
인연으로
새끼줄이 되고
둥지가 되리라

 요즘 열심히 욕심을 내려놓는 마음공부를 하고 있는데 욕심이 많은 나는 그것이 잘 안되어서 교육적인 이 시가 와 닿는다. 어렸을 때 나의 부지런하신 아버지께서는 가을에 타작을 하고 나면 볏짚으로 초가지붕을 매년 새로 만드셨다.

볏짚에서 떨어져 나간 지푸라기는 겨우내 소의 여물이 되기도 하고 혹은 외양간에 던져져 소의 담요가 되기도 하고 아궁이에 불쏘시개가 되기도 하였다. 초식동물이 그러하듯 많은 식물들이 인간에게 혹은 동물과 생물들에게 귀한 존재가 된다.

만신창이가 된 지푸라기가 외양간에서 소의 밥이며 소의 담요로 반짝 반짝 빛나던 그때를 기억한다. 살고 싶어도 살수가 없는 그들의 존재들을 생각하며 어리석은 내 자신을 돌아본다. ‘언제나 다 잘 될 것이야. 희망적인 순백의 쌀밥을 긍정으로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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