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퇴
강희정

드르륵 교실 문 열리는 소리

 

슨상님 야가 아침만 되믄

밥상머리에서 빗질을 했산단 말이요

긴 머리카락 짜르라 해도 안 짜르고

구신이 밥 달라 한 것도 아니고

참말로 아침마다 뭔 짓인지 모르것어라

 

킥킥 입을 가리고 웃어 대는 책상들

아버지는 한 말 또 하고 한 말 또 하고

낮술이 뺀질뺀질 빨갛게 웃고 있는

4교시 수업 시간

 

덩달아 붉어진 내 얼굴은 밖으로만

내달리고 싶어

 

아버님 살펴가세요 어서가세요

얘들아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일찍 점심 먹고 운동장 나가 놀아라

나보다 먼저 교실 밖으로 나가버린 선생님

 

달걀 프라이가 들국화처럼 피어 있는

생일 도시락이

아버지 손을 잡고 산들산들 집으로 걸어간다

-2022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이 시를 읽으면서 여러 가지 생각에 잠긴다. 시가 좋고 나쁨을 보기 전에 마음이 편안함을 먼저 느낀다. 시인의 나이가 몇인지는 모르나 분명 우리 세대일 것 같다.

물질의 풍요만큼이나 버겁도록 잘난 사람들이 많은 세상에서 피로감이 만연되어 있었던 탓인지,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따라가기 힘들었던 내 탓인지 암튼 이런 시를 읽으면 그 시절 그 어르신들이 마냥 그립고 정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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