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식목
손순미

사각의 관(棺) 하나를 땅에 심었네 슬픔은 모르는 척

한줌의 흙으로 던져졌네 사람들은 몸 속에서 투명한

울음을 꺼내 골고루 뿌려주었네 그의 생은 흠뻑 젖었네

 

한 장의 햇살이 달려왔네 그의 생애를 따뜻하게 덮어

주었네 그는 작은 씨앗 하나로 돌아갔네 그 씨앗 속에

혼돈과 좌절과 영광으로 우거진 거대한 숲이 밀봉되어

있네

 

수목장(樹木葬)을 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수목장은 고인의 골분을 나무뿌리 아래 묻어주는 방식이라고 한다.

국토는 작고 무덤은 많아져서 수목장을 한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인간의 삶이 짧고 아쉽기 때문에 죽어서도 죽지 않고 수명이 긴 나무와 오랫동안 혹은 영원토록 상생하기를 바라는 남은 가족들의 기원의 뜻으로도 한다고 한다.

이 시에서도 망자가 한 씨앗으로 다시 태어나 이 세상에서 누렸던 모든 추억을 밀봉하여 간직한 채 못다 한 것까지 숲이 되길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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