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원수첩

윤유점

바다에서 자란 그대 사모아로 간다

하얀 포말을 일으키는 연어 떼

무법자 샤치를 밀쳐내며

바다는 뜨겁게 달아오른다

얼굴을 차갑게 덮치는 물결은 불안정하다

코파 높이만큼 치솟는 그물

참치 떼의 몸부림은 고물로 기울어진다

구름기둥이 몰려오는 스콜에서

해안을 덮치는 파고에 선체는 요동치고

만선을 꿈꾸는 선부의 생은 처절하다

폭풍으로 다가오는 넵투누스가 난폭해지고

힘겹게 버티는 난바다의 선부는 제 목줄을 감는다

갑판 위로 떨어지는 마지막 명령

가늘 수 없는 와이어의 긴장을 끊어 낸다

검은 대륙이 다가가면 수평선은 기울어지고

순간의 두 다리가 튀어 오른다

뭍으로 추방된 뱃사람의 끝없는 항진에

처녀항에서 들뜬 공포는 멈추지 않는다

그대 목발 짚은 바다는 두렵다

사멸의 시간은 긴 꼬리를 남기고 항해를 반납한다

불빛이 내려앉는 밤바다가 고른 숨을 쉬면

당신의 눈동자에는 진눈깨비가 흩날린다

 

오늘 아침은 [바다사랑공모]전에서 대상으로 당선된 작품을 읽는다.

샤치/코파/스콜(갑자기 바람이 부는)/넵투누스(바다를 지배하는 포세이돈)/ 이런 단어들은 바닷가에서 볼 수 있는 전문용어들이다. 이를 갖다 놓았다는 것은 시인이 바닷가에서 살았거나 혹은 좋은 시를 쓰기 위해서 공부를 많이 한 흔적일 것이다.

한편을 시를 쓰기 위해서 시인이 밤새워 공부하는 모습이 눈에 선하다. /난바다의 선부는 제 목줄을 감는다/ 그대 목발 짚은 바다는 두렵다/ 바다와 선원의 시적 소묘가 멋지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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