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낚기
김숙영

조류의 방향을 따라온 길
지금부터는 어둠의 슬하다
달빛 아래 야광 줄이 주저하지 않고 빛을 끌어모은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제물로 바쳐진 미끼들
오로지 입술만 공격해야 한다
갈고리의 신호음이 울음으로 번진다
아버지는 여러 날 불황을 끝낼 거란 다짐을
밑밥으로 던진다
한 개의 낚싯대에 여러 개의 바늘을 걸어두었으니
바닥에 닿자마자 끌어올린다
장갑 속 지문이 다 닳은 손가락
운명선마저 지워져 버린 쩍쩍 갈라진 굳은살
감각이 다 사라진 줄 알았는데
물고기가 잡히는 순간 경련이 인다
이빨이 드러난 갈치의 체표가 반짝인다
해저 밑에서 나풀거리듯 칼춤을 추며 올라온 실루엣
비린 향기를 품은 은백색
아버지가 오랜만에 웃는다
그러나 만선만이 결론은 아니다
자식들 다 성장했으니
바다가 내준 만큼만 거둔다
느긋하게 물고기 아닌 생각들도 끌어올리며
트로트 한 소절까지 가미한 아버지
이 손가락이 다 잘려나갈 때까지
물고기를 낚을 것인 게 니들은 걱정 말고 공부만 혀라
그 목소리가 지금도 내 심장 속을 헤엄쳐 다닌다
아버지가 낚아 올린 것이 물고기만은 아니라는 듯

이 시를 읽다 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어부가 되어 물고기를 잡고 있는 느낌이다. 시적인 아름다운 문장도 눈에 띈다.

/느긋하게 물고기 아닌 생각들도 끌어올린다/그 목소리가 지금도 내 심장 속을 헤엄쳐 다닌다/ 바다문학상에 맞게 아버지와 물고기가 팔딱팔딱 살아 숨을 쉬는 현장감으로 되어 있다.

채낚기, 쌍끌이 등 바다에서 고기잡이를 할 때 사용하는 단어들도 찾아보게 되었다.
*쌍끌이 : 수산업 한 틀의 그물로 두 척의 배가 바닷물고기를 대상으로 저층을 끌어서 어획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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