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성천에게 쓰는 편지

조우리

내가 어떤 깊이를 바라거나 건지지 않고

국전 안쪽 가슴에 위독한 억새밭을 손끝으로 들이는 까닭은

사춘기 그 나이 무렵 새로 나온 책을 만들어주고 싶기 때문이네

늘 푸른 시간 줄에 이음새를 풀 먹이며

문체의 발목으로 말을 거는 그 치기어린 풀내음

한 문장 연필의 바닥에 눌린 어눌한 네 손님을 만나고 싶기 때문이네

두리번거리고 있던 내성천 그곳에서

깜지뿐인 어느 변방 소년의 맨발과 눈동자가

노시인을 되먹이는 그 절필 같은 질문을 가까이 곁에 두고 싶기 때문이네

한 편의 삶을 다해 읊조림을 생각하며

누리고픈 강의 미지에서 쉰 목소리로 새어 나가는

이 생의 모래판을 다시 되돌리지 않고 흘려 보내주고 싶기 때문이네

작고 하찮고 보잘것없는 것들

그 우기의 눈물 나도 따라 들어가 예를 입고

참을 수 없는 통점을 모래강물처럼 씻어내고픈

아, 강은 그리고 삶은

기르는 마음보다 길러지는 그 순간이 유하지 않았던가

돌려줄 말이 있단 건 빗금을 먹은 생이 아직 몸져 시리기 때문이네

위 작품은 '예천 내성천 문예현상 공모전'에서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무엇보다 활달한 언어구사능력이 눈에 띈다. 많은 것을 갖고 있는 사람이 한편으로 여유가 있어 보이듯이 추억과 현실을 직시하는 폭넓은 사고와 풍부한 단어들이 여유가 있어 보인다.

강을 아니 삶을 돌아보는 연륜이 묻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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