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를 보면
호소향

배추를 보면 어머니의
속고쟁이가 생각난다
나일론 속치마는 헛것이라며
노상 걸치고 아끼시던
넉넉하고 촌스런 어머니의
속곳들이 떠오른다

거칠거칠 풍겨오는 어머니의
손등 냄새처럼 배추 잎마다
한 잎 한 잎 속속들이
고향 흙냄새가 배어온다

꼭 우리 어머니처럼
맵시라곤 전혀 없이 불룩한
속고쟁이를 속곳 위 단속곳 밑에
겹겹이 걸쳐 입은 통배추

그 넉넉한 속살 속엔 세상살이
슬픔이며 아픔이며 인고의 물기가
아리아리 배어서
오히려 입동의 아침이 싱싱하게 다가오는 것인가

속속들이 품안으로
노오란 고갱이들을 자식처럼 아껴 품고
이 추운 세상 견디기 위해
여러 겹 다독여 입은
어머님의 속고쟁이

땀땀이 누빈 고쟁이
그 속에 단내음으로 숨겨 있던
어머니의 속살 냄새
그것이 바로 배추 냄새인지

어머니 삶의 향기인지
나이 사십이 넘어 이제
겨우겨우 알 것만 같다

올 해는 유난히 비가 많이 왔다. 코로나처럼 잊을만하면 또 시작되는 비가 이번엔 강력한 태풍까지 몰고 와서 곡식들은 무사한지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다.

비바람에도 가을이 예쁘게 여물기를 바라면서 금값이라는 배추에 대한 시를 읽는다. 김장을 담그시던 어머니를 생각하면서 시에 관해서는 노련한 함민복님의 [만찬]에 대한 시도 함께 본다.

/혼자 사는 게 안쓰럽다고//반찬이 강을 건너왔네./당신 마음이 그릇이 되어/햇살처럼 강을 건너왔네.//김치보다 먼저 익은/당신 마음/한 상//마음이 마음을 먹는 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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