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아 해로

윤유점

바다는 창백한 숨을 몰아쉰다. 뱃전을 넘나드는 파고에 수부들은 생의 얼룩을 찍는다 물보라가 하얗게 일어서고 포식자는 재빠르게 입을 벌린다 스키프가 바다를 향해 튀어 오르면 날카로운 굉음이 전속력으로 질주하고 어군을 향한 투망은 저항을 끌고 간다 천 킬로미터의 그물은 이백 미터 깊이로 내려앉는다 커다란 원을 따라 돌고 도는 어족들 쏜살같이 흩어지다가 모여든다 교란하는 방향타가 빠르게 수면을 밀면 흩어진 대오는 고기 떼를 수습한다 미로를 유희하는 어망 아래의 상어 떼 조타명령을 내리는 선장의 목소리가 거칠다 선원들의 눈빛이 초조해지는 사이 먹잇감들은 그물 밑에서 술렁인다

제풀에 지친 목줄이 표류하면 스쿨피시는 포위망을 찢는다 어디론가 사라진 멸치 떼는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노을 속 항구는 배의 항적을 따라 포말을 추적한다

얼마 전 시를 쓰다가 좋은 발상이 떠오르지 않아 팽개친 적이 있다. 위선환 선생님은 [시의 초심 닦기]란 글에서 ‘시인들이 내면화 되어 자기문학을 고착화 시키고 있다. 따라서 문학이 좁아지고 한계를 갖고 있고 자기를 모방하는 격이 되었다. 또 미래파 시는 글줄로서 행갈이를 무시하고 감성의 과소비와 범람을 일으킨다. 주체의 분열과 해체, 다종적인 화자, 환상의 미학을 바탕으로 동일성의 원리를 부정하는 서정시의 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학을 출현하였다’ 고 하였다. 많은 학자들이 전통 서정시에서 젊은 시인들을 중심으로 전위성 있는 시로 발전하였다고 하였다. 가요가 발전하듯이 시도 다양해져서 고무적이다. 글을 읽고 나도 발전하는 좋은 시를 쓰고 싶다는 마음은 강하게 일었었다.

소박한 풍경이 떠오르는 위 시는 선한 시인의 마음을 읽는 것 같아 좋다. 음악은 오래된 것이나 요즘 것이나 언제 들어도 다 좋고, 같은 노래를 여러 가수가 불러도 음색과 표현이 달라서 모두 좋은 경우가 많다. 시도 음악처럼 모두 인정을 받았으면 하는 개인적인 바람이 있다. 좋은 시를 쓰기 위하여 밤을 새우듯이 시인들의 마음도 비단처럼 여리고 곱기를 기원한다. 횡설수설 하였지만 마음 다해서 쓴 수많은 시들이 사람들의 기쁨으로 아름답게 남아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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