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물전 저울

박종익

한치 흔들림 없다
중력에 몸을 맞춘 그는
부둣가 차양 우산 아래 앉아
중력을 이고 생명의 눈금을 사고판다
저 평평한 피부, 주름살 한 줄 안 보인다
우주의 무게에 목숨이 얹어지면
눈금으로 화답하며
한 세상 각자도생, 너도 영이고 나도 영이다
어물전 앞에만 가면
우주의 무게를 더하려고
목이 아프게 타오르는 애간장
빈 바구니는 영에 가까웠지만
생명의 무게 앞에서 그녀는
우주의 주인이 분명하다
바구니를 대신해서
덤으로 따라가는
튼실한 날것 한 마리가
아줌마의 기분에 따라
우주 중심이 절로 왔다 갔다 한다

가끔 소래 어시장을 간다. 생선을 사기 위해서도 가지만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이 좋아서 일부러 놀러가기도 한다. 싱싱한 시 한 상을 받아들고 침을 흘리며 열심히 구경하는 중이다. 물고기도 사람도 열심히 잘 살아가는 예쁜 모습을 눈으로 따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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