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수박
명서영

바다를 건너온 아들이 수박 한 통을 사 왔다
표면에 물결무늬 깊게 새겨진 수박
이쪽저쪽으로 구르고 도망친 모래톱 흔적처럼
한쪽 귀퉁이가 갈색으로 퇴색되어 있다

식탁에 둥실 떠 있는 바다
바다를 열자 커다랗고 빨간 해가 꽉 차 있다
세상 파도에 맞서 까맣게 탄 아들이 싱긋 출렁인다
신이 난 아들 입가에 붉은 미래가 반짝 입질한다

해를 품은 바다가 자생한다

아들을 물로 본, 물 먹인 학교폭력
깊이를 가늠할 겨를도 없이
밑바닥까지 바다를 가라앉혔던 아들
바다가 되어 해를 품고 있다

식탁과 바닥 집안을 물바다로 만든 수박
망망대해를 수없이 쓰러뜨리면서
물을, 물렁함을 감추기 위해
두껍고 질겨졌을 껍질이 입술을 깨문다

짭짤한 물이 되어 대양을 헤엄치는
푸른 아들의 등을 톡톡 두드린다

2022년 포엠피플 겨울호 발표

명서영의 시 [ 떠오르는 수박 ]을 읽는다. 시인은 수박의 모습을 보고 바다를 연상한다. 바다의 모양과 속성을 구체적으로 적시하여 수박과 같다는 동의를 얻고자 시도하고 있다. 이를테면 수박의 표면이 푸르고 물결무늬의 모양을 하고 있다는 점과 일부가 갈색인 것을 모래톱과 연결 지은 것이 그것이다.

  여기서 수박이 바다로 그치지 않고 시인은 시적 확장을 시도하고 있다. 바다가 학교폭력을 당했던 아들로 환치되고 있다. ‘입질’과 ‘출렁’은 바다의 속성에 해당하는 생생한 시어이며 ‘아들의 붉은 입가’는 ‘해’의 이미지로 바다가 아들이라는 암시로 접근한 것을 볼 수 있다. 수박 속의 빨간 부분을 바다의 해로 다시 아들의 꿈으로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즉 수박이 바다로 바다가 아들로(수박=바다=아들) 연결되어 있다.

  외적인 것 외에 내적인 것을 살펴보면 과일 중에서도 유독 물이 많은 수박은 물이 넘치는 바다의 이미지와 닿아 있고 수박을 잘랐을 때 집안을 물바다로 만든 현상이 물렁함을 감추기 위해 까맣게 탄 아들의 얼굴과 두꺼워진 수박껍질과 연결되어 있다 ‘해를 품은 바다가 자생한다’는 것은 아들이 꿈을 갖고 있어 희망이 있다. 라는 은유에 해당한다.

  시인의 인식 속에서 지각하는 사물 자체의 성질이나 모습인 본질本質과 객체의 외면에 나타나는 현상現象들이 감각적으로 재생된 것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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