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사랑
김왕노

무지렁이도 사랑이 있고
은하수도 사랑이 있고
먼지에게도 사랑이 있어
사랑 때문에 빛이 나는 거라
하물며 저 넓고 깊은 물도
사랑이 있어 사랑을 찾아
구름으로 피어나 흘러가고
자욱한 안개로 천천히 흐르고
희끗희끗 늦은 눈발로
철암쯤에 하염없이 휘날리고
물이 물의 사랑을 찾아
아래로, 아래로 흐르다가
양수리쯤서 몸 섞는 거라
그래서 차가운 불이 있듯이
뜨거운 물도 있는 거라
때로는 흘러오는 물의 사랑
홀로 기다린다고 해빙기의
아침에 얼음장 깨질 때까지
꽁꽁 언 얼음으로 기다려
물만큼 지독한 사랑이
어느 세상도 없는 거라

이 시를 읽으면서 가장 쉽고도 어려운 것이 사랑이 아닌가 생각을 한다. 물처럼 펄펄 끓다가 꽁꽁 얼다가 맹물처럼 아무 생각 못 하고 물처럼 떠나보내기도 하였다. 지나고 보니 사랑이었는데 사랑인 줄도 모르고 흘러간 적도 많다. 쉽고도 어려운 사랑에 대하여 잠시 머물다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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