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의 자세
최형만

​ 참숯이 불판을 달구고 있다
조개는 숯불의 바람을 들어주려는 듯
턱턱거리며 제 몸을 풀어낸다
무지근한 비명에 통증을 세우고
소금기 가득한 바다를 벌리는 거다
물컹한 속살 내밀 때는
해풍에 실린 갯내의 기억에
따개비도 뜬눈으로 엿봤을 것이다
그늘진 길로 흘러든 갯물처럼
하얗게 껴입은 물꽃을
개흙으로 풀어내는 갯벌의 시간
신트림을 게우고서야 눈을 감았다

​저문 빛에 올라탄 바닷새들이
남은 온기에 몸을 부비는 동안
해름의 물너울에 가라앉은 바다
나는 철 지난 물의 통점을 본 적이 있다
툭툭 치고 가는 갯바람에, 조가비도
저만치 두고 온 생의 바닥을
친친 감고 싶었을 것이다
녹슨 닻을 당기는 어부의 몸짓에
그을린 껍데기로 물때를 가늠하는 밤
짠 내 나는 죽음을 끌어안고
반달 같은 머리를 먼 데로 두고 있다

​그럴 때면 패각*의 힘으로 다시 사는 걸까
누가 봐도 막판의 자세다
* 패각 : 홀씨 또는 물고기 새끼가 붙을 수 있게 한 조개껍데기

위 작품은 2023년 시행된 제13회 천강 문학상 대상을 받은 작품이다. 이분의 시들은 오래전에 많이 읽었었는데 새로운 시를 접하고 보니 혼자 반갑고 역시 단단한 내공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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