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
노수옥

감자꽃 피던 마을을 지나
빈 수수밭을 지나
구월의 꼬리를 밀어내고 시월이 온다
바람에 흔들리던 코스모스의 몸짓과
모가지가 사라진 해바라기 밭도 지나왔다
정수리에 서리가 내린 시월
우듬지를 타고 오르던 물기가
공기층으로 흩어진다
휘어진 갈대의 허리에는 기러기 울음이 묻어있다
거두지 못한 늙은 호박의 이마 위로
찬바람이 다녀가는 밤
누군가는 밤새워 스웨터를 짜고
또 누군가는 부치지 못할 편지를 쓰고 있을 것이다
간이역은 귀를 세우고 놓쳐버린 발소리를 듣고 있다
바람의 속도가 빨라지면 저녁은 서둘러 창문을 닫고
속살이 붉은 가을의 내력을 읽는다
땅거미를 그러모아 이별을 준비 중인 시월
어디선가 씨 여무는 소리가 들린다
10월이 또 한창이다.

책을 읽기 좋다는 시간이고 학생들은 공부하기 너무나 좋은 날씨다. 위 시는 시골 출신이라면 다 느끼고 보았을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젊은 친구들은 여행 한번 가고 싶은 시골 모습이며 나이 든 분들은 추억을 되새기고 싶은 시간이다. 시간을 추슬러 시간을 내고 싶은 마음을 놓고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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