째보선창
박수호

​ 지워져 버린 곳
늘 바다가 밀려와서 일렁거렸다
어느 날은 더 깊숙이 밀고 들어왔고
땅으로 기어오르고 싶어 했다
어떤 때는 심드렁해서
뒤척거리며 어른거리다가
몸을 돌려 나가버리기도 했다
어부는 물때에 맞춰 바다로 나갔다가
조금이 되면 선창에 배를 댔다
그런 날은 등불은 일찍 꺼졌지만
집마다 두런거리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렇게 골목마다 쏟아진 새끼들을
바다는 흔들어 키웠다
봄여름가을겨울
또 봄여름 가을 이어 겨울
콧수염이 거뭇해질 무렵
선창 선술집에서 얼큰히 취해
흘러나오는 뱃사람들의 젓가락 장단에
목포의 눈물을 들으며
하나둘 선창을 떠났고
계절은 계절을 밀어내며
사소한 이야기를 덮어두었다
세상 속으로 날아간 아이들은
새 떼처럼 흩어져 가끔
가슴 아픈 소식을 전해오기도 하고
잔물결로 흩어지는 이야기를
바람결에 실어 오기도 했다
어찌 세상일이 마음대로 될 것인가
살다가 삶이 버거운 놈은
비린내가 그리운 선창에 찾아들어
기억 저편의 이야기를 뒤적거리는 동안
어둠은 소리 없이 내리고
하늘에는 별이 떴다
별은 바다에도 떨어져 흔들리며 서 있고
다순구미 언덕에도
돌아서는 것들을 다독이듯
따뜻한 불빛이 하나둘 눈을 껌벅거렸다
바람도 돌아갈 곳으로 돌아가고
조금새끼들이 떠난 째보선창에는
별들이 수없이 박혀있었다

나는 가끔 시인들의 마음을 읽고 싶을 때가 있다. 글을 잘 쓴다고 마음까지 아름다운 것은 아니지만 혹시 시처럼 곱게 사는 시인도 있지 않을까라고 엉뚱한 생각도 한다.

/돌아가는 것들을 다독이듯/바람도 돌아갈 곳으로 돌아가고/시도 인간이 설계하고 짓는 것이기에 내면이 알게 모르게 표출된다고 생각한다. 시인의 따뜻한 시선을 엿보며, 더욱 아름다운 마음들이 풍성한 세상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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