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갈비
-연쇄작용

명서영

 그가 먹구름으로 뜨면 나는 비를 퍼붓는다 가끔 폭풍우까지
우리 싸움의 시점(始點)과 시기(時期)는 질량보존법칙이 불가한 바람의 크기
흐지부지한 뒤끝도 반전도 내일 날씨다

살점은 일찍 기권하고 사라진 자리 뼈들만 수북이 쌓였다
물고 뜯을 더 이상 먹을 것이 없는 갈비들
많았던 말이 입을 닫는다 분위기도 닫힌다
업어치기로 눕혔으나 타격이 허기가 진다
먹구름만 가득 고대(古代)까지 덮은 싸움보다 더 간절한 식탐

일정한 간격으로 연쇄반응을 거부한 갈비뼈들
도망자로 추적자로 쫄깃한 맷집과 딱딱한 오만은 막대기에 불과했다

뼈들의 모양과 크기가 모두 같다
한잔 꺾어진 날카로운 눈과 눈의 유전자검사로 한통속의 뼈
민낯의 뼈들이 부둥켜안고 울다 웃는다, 아멘, 관세음

뼈대 있는 가문답게 우리 겁 없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가로등을 함께 발차기로 목 조르기로 가볍게 제압한다
비틀거리며 쓰러진 집들 크레바트 카운트다운을 받고 있다


세기의 격투기 속으로 똑바로 걷는 길, 허연 뼈들이 끝없이 뻗어 있다
단단히 부딪혀 무럭무럭 자라는 활짝 핀 갈비뼈들
돈에 파묻혀 먼지 같은 날들과 맞서 싸워야 할 무적의 챔피언인 우리는
*출처 : 웹진 문장

저작권자 © 남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