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죽화'를 연재하며…

고려-거란 제3차 전쟁에서 활약한 인물로 알려진 고려의 여전사 설죽화(雪竹花)의 전설을 현대적 감각에 맞게 소설화했다. 설죽화는 필자가 학교에서 한국사(韓國史)를 배울 때 전혀 들어보지 못한 이름이었다.

설죽화에 대하여 알아갈수록 점점 그녀에게 빠져들었다. 천 년 전, 고려-거란 3차 전쟁 시기에 고려 서북면군별동대장이 되어 거란군 장수들을 무자비하게 참살하며, 고려군의 사기를 높이는 설죽화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고 싶었다.

▲소설가 최재효
▲소설가 최재효

본 작품은 구전되고 있는 야사에 정사(正史)의 내용 일부와 필자의 상상을 가미하여 창작하였다. 본 작품의 상당 부분은 필자의 감성에 호소하였다. 행여나. 독자분들께서 작중에 혹시 불가사의하다거나 불해(不解)한 부분은 동포(同胞)로서 깊은 이해가 있으면 한다.

여린 소녀의 몸으로 굴암산에 들어가 다년간 힘든 무술을 익히며, 거란군에게 피살된 아버지 이관(李寬)의 복수를 다짐하는 설죽화의 각오가 불굴의 의지를 지닌 우리 겨레의 근성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본 작품에서는 현재의 압록강을 압록수로 호칭했다. 우리 조상은 강(江)보다는 크고 넓은 의미의 수(水)를 선호했다.

고구려 시대는 청천강을 살수(薩水)라 했고, 한강을 아리수(阿利水)로 불렀으며, 그 외에 비류수(沸流水), 요수(遼水), 패수(浿水), 대수(帶水), 엄리대수(奄利大水) 등이 우리 역사서에 보인다.

설죽화는 타고난 전사였다. 본 소설을 쓰면서 프랑스의 잔 다르크(Jeanne d'Arc)와 북위(北魏) 시대 남장 여인으로 전쟁에 출전하여 활약했다는 위목란(魏木蘭)이 생각났다.

프랑스 구국의 영웅으로 추앙받고 있는 잔 다르크는 15세기 프랑스와 영국이 백년전쟁을 벌일 때 17세의 나이로 프랑스 군대를 이끌며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위목란은 최근에 영화로 제작된 영화 뮬란(Mulan)의 주인공으로 전쟁의 영웅으로 알려져 있으며, 영화나 소설로 널리 소개되고 있다. 물론 우리에게는 걸출한 여인들이 있다.

연개소문의 누이동생으로 고구려 수군의 대장이 되어 당나라군을 격퇴한 연수영(淵秀英) 장군이 있다. 또한, 온갖 고난을 극복하고 백제를 개국하는데 산파 역할을 하신 온조와 비류의 어머니 소서노(召西弩) 님과 1919년 3.1운동 당시 서울과 고향 천안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순국하신 유관순 열사님도 계시다.

현재를 반성하게 하고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좌표이다. 역사를 잊으면 나라의 미래는 없다. E.H Car가 ‘ 역사가와 사실들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과정, 현재와 과거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이다.’라고 한 것처럼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도외시하거나 골치 아픈 것으로 치부하면 안 된다.

오늘 우리가 대한민국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것은 우리에게 살아 있는 역사가 있고, 조상님들의 나라를 지키기 위한 헌신(獻身)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다. 조상에 대한 존경심을 잃고 역사를 도외시하는 순간 우리에게는 희망이 없다. 본 소설이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소설가 최재효

저작권자 © 남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