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상이몽
명서영

탁구공이 붙잡혔다
탁구만 쳤을 뿐인데 단지
게임이 두 사람을 얽었을 뿐인데
집중을 요구하는 불안한 실내

그의 강의는 불온한 강요가 되고 질문은 정해진 답을 요구하고 있다
집요하게 한곳만 고집하는 지루한 그와 사방팔방 튀고 굴러야 직성이 풀리는 나
파란 그는 채워져야 배부르고 나는 하얗게 비워야 편하다

탁구대를 이해한 적 없는 나와 공의 속성을 풀어 본 적이 없는 그가 같은 공간 조각난 거울로 각자 서로만 비추고 있다
둘 사이 상황적 온도는 매번 달라도 미진한 습도는 나란히 강산을 건넜다

대화도 결론도 산 넘어 산
끝이 안 보이는 계단을 계속 올라가라고 다그치는 그는 덩치만 남산만 할 뿐 마음은 좁쌀만 하고
옆 승강기로 도망치고 싶은 나는 단단한 척 반질반질 부산하다

빽빽하게 한쪽은 완벽한 설명으로 해답이 미완성되고 다른 쪽은 엉성한 창밖을 완성 시킨다

마음과 마음이 따로따로 상대는 서로 안 보이는 조각인 거울들

설마, 구겨진 날개에 시퍼런 헛소문을 달고 싶은 옹졸한 탁구대가 흔들릴 때 정통으로 스매싱을 맞은 공이 밖으로 날아간다

 *출처: 문장웹진, 아르코문학창작기금(발표지원)선정작품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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