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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분들이 ‘입맛이 없다’, ‘잠을 잘 못 잔다’, ‘기운이 없다’고 해도 나이 탓 혹은 날씨 탓이려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 쉽다. 하지만 신체 증상을 자주 호소하고 건망증 증상까지 보인다면 노년기 우울증을 의심해봐야 한다.우울 증상은 65세 이상 인구 10명 중 2~3명이 경험한다고 알려질 정도로 고령층에서 매우 흔한 정신건강 문제다. 노년기 우울증은 다양한 치료법을 통해 회복이 가능하지만 방치할 경우 치매로 이어질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노년기 우울증 증상과 치료법, 치매와 구분하는 방법등을 살펴보자.노인 10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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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관리협회 인천지부
2023.02.14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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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봉이의 유언“유생들이 공부를 하고 과거(科擧)를 일생의 목표로 삼는 일은 장차 벼슬을 하면서 백성들의 목숨과 재산을 보호하고 나라의 기강을 바로 잡는 일에 있습니다.”“맞습니다. 박도령의 집을 알려주십시오. 부탁합니다.”훈도는 창호지에 그림을 그려가며 박달의 고향 집 위치를 알려주었다. 두 사람은 마차를 타고 풍산으로 향했다. 날이 어두워 두 사람은 물어물어 박달의 고향집에 도착하였다. 그의 고향 집은 규모는 크지 않으나 고색창연한 기와집이었다.“뉘신데 우리 아들을 찾습니까?”“저희들은 제천서 박도령을 찾으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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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02.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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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달의 고향, 풍산을 가다“서방님, 이번 별시가 끝나면 금봉 낭자에게 다녀오세요. 그러나 지금은 안 됩니다. 만약 서방님께서 여기서 멈춘다면 지금까지의 일이 모두 허사(虛事)가 됩니다. 그러니 이번 별시가 끝나면 속히 벌말에 다녀오세요. 그리고 복시도 준비하셔야 하잖아요.”‘이 여인이 제 정신으로 하는 말인가? 내가 입격하고 나면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안 놓아 줄줄 알았는데, 금봉에게 다녀오라니? 이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박달이 잔을 비우고 아지에게 잔을 건넸다.“자, 그대도 한 잔 받아요. 그리고 방금 한 말 진담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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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02.0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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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트임후성코끼리를 보라코끼리끼리는 볼 수 없는 코끼리를 보라꼬리를 위해 서 있는 네 번째와 세 번째 다리를 보라걸음을 뗄 때 발을 남기고 벗겨질 것만 같은 발의 접힌 거죽을 보라달라붙어 있지 않고그것은 끌려다닌다우리의 난제였던 바깥이다실체는 헐렁헐렁하다그 안에서 기관을 해체하는 망치질 같은 코끼리의 걸음을 보라눈앞에 직접 정의된 코끼리를 보라걸을 때마다 부서지고 있지 않은가간신히 어금니로 연결되어 있지만 조금씩 무너져 내리고 있지 않은가코끼리 안으로 들어가지 마라안과 바깥은 서로에게 통증이 그지없다뒤쪽 숲을 보라나뭇잎들이 가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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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3.02.04 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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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의 욕심폭풍전야처럼 벌말은 침묵 속에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온 마을뿐만 아니라 인근 마을까지 금봉이의 상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밤이면 동네 총각들은 과수댁 선술집에 모여 박달을 성토하기도 하고, 자신들이 그녀를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하여 술로 울분을 삭히기도 하였다. 그 중에서도 수돌이는 다른 사내들보다 많은 술을 마셔댔다.“금봉이가, 금봉이가 불쌍해. 소문을 들으니 이미 이승 사람이 아닌 것 같다고 해.”수돌이 큰 소리로 통곡하자 종철을 비롯해 마을 사내들은 침울한 얼굴로 연거푸 술잔을 비웠다. 어떤 사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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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01.2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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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로 영화이진우서른다섯 번을 울었던 남자가 다시 울기 시작했을 때 문득 궁금해집니다사람이 슬퍼지려면 얼마나 많은 복선이 필요한지관계에도 인과관계가 필요할까요어쩐지 불길했던 장면들을 세어보는데처음엔 한 개였다가 다음엔 스물한 개였다가그다음엔 일 초에 스물네 개였다가 나중엔 한 개도 없다가셀 때마다 달라지는 숫자들이 지겨워진 나는불이 켜지기도 전에 서둘러 남자의 슬픔을 포기해버립니다이런 영화는 너무 뻔하니까안 봐도 다 아는 이야기니까이 사이에 낀 팝콘이 죄책감처럼 눅눅합니다극장을 빠져나와 남은 팝콘을 쏟아 버리는데이런 영화는 너무 뻔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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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3.01.2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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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진한 벌말 어른들“선달님, 조금 전에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박도령님은 나흘 전에 고향 풍산으로 내려가셨다고요. 고향 내려가는 중간에 따님을 만나러 평동에도 들린다고요. 저는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저도 사람인데 선달님 말씀을 듣고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요.”“주모 말을 믿어도 되는 거지요?”최대호는 아지의 말이 진심이기를 바랐다.“선달님, 늘 속고만 사셨어요?”“한 가지만 더 물어 봅시다. 박도령과는 어찌되는 사입니까? 그리고 박도령은 지난번 과거에 급제했습니까? 아니면 낙방했습니까?”“그냥, 주모와 장기 투숙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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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01.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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훼방꾼"흥, 절대로 못 찾을걸. 이제 경우 내 서방이 되었는데 허무하게 내 줄 수 없지. 그 금봉이란 처자에게는 안 된 일이지만 어쩔 수 없어."아지는 박달이 주막에 있을 때 일행들이 찾아왔더라면 그를 빼앗겼을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지는 문 밖에 소금을 뿌리면서 손을 탁탁 털었다. 잠시 뒤에 박달이 돌아오자 아지는 사정이 생겼다면서 그를 운종가의 극락으로 데리고 갔다. 박달은 영문도 모르고 아지를 따라 나섰지만 기분이 좋지 않았다.“서방님, 며칠간만 이 극락에 있으세요. 우리 주막은 지금 너무 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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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01.14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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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아이스-결혼기념일민소연평생 함께하겠습니다짙은 약속을 얼떨결에 움켜쥐었을 때새끼손가락 끝에 검붉은 피가 모였을 때치밀한 혀를 가지게 될 거라는 걸 알았다어떤 밤엔 마침내 혀를 쓰지 않고도 사랑을 발음했다맺혔던 울음소리가 몇 방울 떨어지고태어나고수도꼭지를 끝까지 잠갔다한밤중엔 그런 소리들에 놀라서 문을 닫았다너무 규칙적인 것은 무서웠다 치열하게몸을 움직이는 초침 소리나몸을 웅크린 채 맹목적으로 내쉬는 너의 숨소리가 그랬다거듭 부풀어 오르는 뒷모습을 보면서 호흡을 뱉었다어쩌면 함께 닳고 있는 것 같았다박자에 맞춰 피어오르는 게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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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3.01.0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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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악한 주모“아닐세. 내가 그 두 사람의 수고비는 얼마든지 댈 수 있네. 이장이 그리 권하니 그럼 종철이도 데리고 가지. 비용은 신경 쓰지 마시게. 그 두 사람에게 한양 갔다 올 때 까지 드는 비용은 내가 부담하고 수고비로 두 사람에게 각각 이백 냥씩 내놓겠네.”벌말뿐만 아니라 근동에서 가장 큰 부자인 최대호에게 돈 사백 냥은 그리 큰 부담이 아니었다.“아저씨, 무슨 이백 냥씩이나 내놓으세요?”“추운 날씨에 한양에 다녀오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네.”“그럼, 두 애들에게 알려 한양 갈 채비를 하도록 하겠습니다.”다음날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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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3.01.0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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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모의 비정함"고얀 사람 같으니. 사람 됨됨이가 괜찮아 딸을 맡기려 했던 내가 어리석었지. 저러다 생떼 같은 딸자식만 죽게 생겼구나."딸의 임신과 마을 사람들의 비웃음 속에서도 최대호는 날마다 술을 마셔댔다. 금봉이는 점점 불러오는 배를 바라보며 박달이 꼭 올 거라는 희망을 버리지 않았다. 꽃피는 봄이 오면 반드시 박달이 올 거라고 마음을 고쳐먹고 기다려보기로 하였지만, 심신이 점점 피폐해져 이제는 자리에서 일어나기도 힘들었다."이것아, 뭘 좀 먹어야지 힘을 낼 거 아냐? 자. 이 미음이라도 들어봐. 소식도 없는 작자를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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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뉴스
2022.12.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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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알프레드 D. 수자춤추라, 아무도 바라보고 있지 않은 것처럼사랑하라, 한 번도 상처받지 않은 것처럼노래하라, 아무도 듣고 있지 않은 것처럼일하라, 아무도 돈이 필요하지 않은 것처럼살라,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얼마든지 실천할 수 있을 것 같은 간단한 내용의 시 같지만 읽을수록 어렵다. 살면서 위 내용을 실천하기란 매우 어렵다는 것을 체득하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가슴에 잘 접어두고 성경말씀처럼 하나씩 꺼내어 실천하며 살고 싶다. 또 한 해가 저물어 간다. 잘한 일보다는 잘못한 일이 더 많다. 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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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2.12.2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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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의 관심사가 되다“언니가 걱정돼서 드린 말씀입니다.”“고맙구나. 오늘은 술맛이 텁텁한 것이 마치 쌀뜨물을 마시는 것 같구나.”“언니, 박달님이 입격하시면 언니하고 혼인한다고 두 분이 약속했어요?”“아니, 그런 약속 한 적은 없지만, 양심 있는 분이면 나를 그냥 버려두겠니? 내가 그동안 그분에게 쏟은 정성이 얼마인데?”“어휴, 언니도 참. 언니는 보기에는 약아 보이는데 잘 살펴보면 무른 데가 많아요. 특히 잘생긴 남자에게는 더 그런 것 같아. 물론 언니만 그렇겠수? 대개의 여인들이 박달님처럼 헌헌장부만 보면 오금을 못 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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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2.12.24 0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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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난 남자, 잘난 여자“갑돌아, 미안해. 나를 용서해줘.”“금봉아, 이건 좀 전에 너에게 말했던 것처럼 만약의 일인데. 너 그 아기 낳을 거니? 아기 아버지가 끝까지 찾아오지 않아도 그 아기를 낳을 거야? 그래, 좋아. 만약에 그 남자가 너를 영원히 찾아오지 않으면 내가 그 아기의 아버지가 되면 안 되겠니? 아비 없이 어떻게 아이를 키울 거야?”“갑돌아, 너 무슨 말 하는 거야? 이 아기의 아버지는 박달님이셔. 그런데 어떻게 네가 이 아기의 아버지가 된다는 거야?”“네가 아기를 낳고도 그 박달도령이 안 오면 내가 키우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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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2.12.1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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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물전 저울박종익한치 흔들림 없다중력에 몸을 맞춘 그는부둣가 차양 우산 아래 앉아중력을 이고 생명의 눈금을 사고판다저 평평한 피부, 주름살 한 줄 안 보인다우주의 무게에 목숨이 얹어지면눈금으로 화답하며한 세상 각자도생, 너도 영이고 나도 영이다어물전 앞에만 가면우주의 무게를 더하려고목이 아프게 타오르는 애간장빈 바구니는 영에 가까웠지만생명의 무게 앞에서 그녀는우주의 주인이 분명하다바구니를 대신해서덤으로 따라가는튼실한 날것 한 마리가아줌마의 기분에 따라우주 중심이 절로 왔다 갔다 한다가끔 소래 어시장을 간다. 생선을 사기 위해서도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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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2.12.12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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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령의 한(恨)‘이런! 비가 오면 어떻게 하나? 우산도 없는데…….’박달은 서둘러 나루터 근처에 있는 허술한 선술집으로 들어갔다. 아지가 운영하는 주막에 비하면 규모는 보잘것없지만 진눈깨비를 피해 많은 손님으로 북적였다. 바람을 쐬겠다고 빈손으로 나왔지만, 주머니를 뒤져 보니 다행히 엽전 몇 푼이 있었다.“주모, 여기 탁주 한 사발만 주시오.”“알았수, 잠시 기다리슈. 주문이 밀려서 그러우.”후덕해 보이는 중년의 여인이 박달을 흘낏 보더니 배시시 웃었다. 박달은 금봉이를 보고 싶은 마음을 탁주 한잔으로 달래보려 했다.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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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2.12.10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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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등령 망부석“처자, 나를 불렀소?”“아! 이럴 수가? 서방님인 줄 알았는데…….”“원, 별 이상한 처녀를 다 보겠네. 빨리 오라고 손짓해서 달려왔건만, 늙은이를 놀리다니. 배고파 죽겠구먼.”늙은 선비를 뒤돌아보면서 금봉이에게 눈알을 부라렸다. 늙은 선비가 지나가자 금봉이는 그만 길옆에 바위에 걸터앉아 흐느꼈다.“서방님, 언제 오시려는지요? 서방님 기다리다 지쳐 죽겠습니다.”금봉이 힘을 내어 무거운 배를 두 손으로 감싸 안고 천천히 걸었다. 하늘 높이 솔개가 제 자리에 떠서 지상의 먹이를 발견하고 날갯짓만 하고 있었다.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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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2022.12.0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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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 아직 떠나지 마세요.김왕노어쩌다 내 꿈에 오신 어머니 떠나지 마세요.이제 눈부신 사과를 따고 멀지 않아 거친 풀을 되새김질하던언덕의 소가 새끼를 낳을 겁니다.송아지에게 순둥이니 누렁이니 복덩이니 이름 하나 짓고아장걸음으로 송아지가 들판으로 뛰어나갈 때까지 어머니 계셔요.어머니가 걷던 강가의 미루나무가 노랗게 물들어 파닥입니다.그간 어머니 힘 드셨으니 푹 쉬다 가세요.내 솜씨가 좋지 않아 꿈속이 좀 누추하나 어머니 좋아하시는마당가에 심은 소국이 서리를 견디며 고봉의 밥처럼환하게 피어나면 눈요기라도 실컷 하고 가세요.어머니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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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서영
2022.11.28 08: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