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얼음의 죽음마경덕노점상 여자가 와르르 얼음포대를 쏟는다갈치 고등어 상자에 수북한 얼음의 각이 날카롭다아가미가 싱싱한 얼음들, 하지만 파장까지 버틸 수 있을까사라지는 얼음의 몸, 한낮의 열기에 조금씩 각이 뭉툭해진다질척해진 물의 눈동자들길바닥으로 쏟아지는 땡볕에 고등어 눈동자도 함께 풀린다 얼음은 얼음끼리 뭉쳐야 사는 법얼음공장에서 냉기로 꽁꽁 다진 물의 결
기고
명서영
2021.07.04 11:48
-
제1부 – 용의 씨앗수실 마을은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오십여 가구 삼백여 명의 마을 사람들은 서로 돕고 사는 순박한 사람들이었다. 이 마을에서 가장 나이도 많고 부자인 음모(陰牟)는 성격이 괴팍하고 까다롭기로 소문이 자자했다.음모에게는 딸이 하나 있는데 아버지와 달리 심성이 곱고 인정이 많은 편이었다. 음모는 많은 농토를 가지고 있었고 머슴도 여
기고
최재효
2021.07.04 11:41
-
-
제13부 – 김알지의 후손이 계림국 군주가 되다“폐하, 첨해에게는 후사가 없습니다. 소첩에게는 조분과 첨해, 두 아들이 있습니다. 조분은 첨해 이전 계림국의 군주를 지냈습니다. 그 아이에게는 걸숙(乞淑)과 유례(儒禮)라는 아들이 있습니다만, 모두 하찮은 후궁의 소생이고 어려서 할 수 없이 첨해가 군주를 이었습니다.지금은 그 두 손자가
기고
최재효
2021.06.26 17:24
-
제12부 – 첨해이사금 비명에 가다첨해이사금이 계림국의 군주가 된 지 14년이 되는 섣달 28일 새벽이었다. 지난 밤 고주망태가 되도록 대취한 첨해이사금은 후궁과 영명궁(永明宮)에 잠들어 있었다. 한 무리의 복면을 쓴 괴한들이 다시 월성 동쪽 담장을 넘었다. 그들의 손에는 활과 칼이 들려 있었다.“지금 *묘시(卯時)가 좀 지난 시각이다
기고
최재효
2021.06.20 09:13
-
두부의 공식마경덕저것은 네모난 공식문재를 풀면 네 개의 각을 억을 수 있다사방을 나누고 눈어림으로 재는 중량해답은 말랑해서 비닐봉지에 담기거나 팩에 담긴다 첫 문장은 함부로 구르고 튕겨나가는 딱딱한 공식변수가 있어 정량을 더하고 거품을 뺐다 회오리처럼 휘돌다가도 뜨거운 불길만 무사히 건기면잘 될 거라 믿었던 사내완성품을 기다리며 허기진 시간을 견뎠다간수를
기고
명서영
2021.06.16 10:32
-
제11부 – 왕궁에 드리우는 반란의 암운“지금부터 계림국의 태후이며, 고구려 왕비로서 너희들에게 명한다. 너희들이 합심하여 미추를 군주로 세워라. 차기 계림국 군주는 반드시 김씨 집안에서 나와야 한다. 나는 태왕에게 나의 뜻을 전하고 지지해 달라고 할 것이다. 태왕은 나의 청을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었다. 첨해는 얼마 살지 못한다.
기고
최재효
2021.06.13 19:16
-
-
-
-
외각지대-이끼명서영이끼가 그늘을 좋아한다고 가볍게 말하지 마라어둠이 두렵다, 그는출구 찾다가 온통 그늘을 뒤덮었다 얼마나 발버둥 쳤으면햇볕을 받지 않고도 푸른 피가 돌고잎과 줄기의 구별을 명확히 할 겨를도 없었겠는가? 어떤 것은 일 센티 크는데 백년이 걸린단다무겁고 허기진 잎 그의 작은 키는 그늘의 슬픔이다, 평생음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운명도 있다 200
기고
명서영
2021.06.01 10:30
-
이 늙은이가 간이 배 밖으로 나왔나? 감히 짐을 훈계하려 드는구나. 모후의 간청만 없었더라면 당장 참수형에 처하련만. 좋다. 이번에는 짐이 한 발짝 물러서겠다.’태왕은 기분이 상했지만 계속해서 고집을 부릴 수도 없었고, 전태후와 국상의 말이 틀린 게 아니었다. 태왕은 입을 꾹 다물고 비빈
기고
최재효
2021.05.29 08:37
-
-
제9부 – 계림국 사위가 된 중천태왕졸본은 주몽 추모왕과 소서노(召西弩) 왕비가 합심하여 고구려를 건국한 신성한 장소였다. 그곳에는 추모왕의 사당을 비롯하여 초기 고구려의 도읍지의 흔적이 산재해 있었다. 고구려의 왕도(王都)가 국내성이지만 역대 태왕들은 권좌에 오르거나 국태민안을 비는 행사 때면 반드시 졸본을 방문했다.그미가 10년 전 딸 석정을
기고
최재효
2021.05.22 09:47
-
제8부 – 모녀가 한 지아비를 모시다“짐은 세상에 태어나 오늘처럼 행복한 날이 없었습니다. 그동안 어디 있다가 이제야 짐 앞에 나타나셨습니까? 태후를 처음 본 순간 짐은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숨을 쉴 수도 없었습니다. 평생을 꿈속에서 그리워하던 몽인(夢人)을 이제야 만났습니다. 태후는 이제부터 짐의 허락 없이는 움직이면 안 됩니다.&rd
기고
남동뉴스
2021.05.15 12:50
-
제7부 – 지상의 반도연회 태왕은 그날 저녁 그미와 석정 공주를 환영하는 연회를 베풀었다. 연회에는 고구려 조정의 대소신료들은 물론 왕실 인사들도 대거 참석하였다. 태왕은 대제국의 군주로서 그미에게 위신을 세우고 싶었다. 소와 돼지 수백 마리를 잡고 이웃 나라에서 조공으로 바친 산해진미가 주연상 위에 태산같이 올려졌다. 그날은 태왕의 명령에 따라
기고
최재효
2021.05.09 20:40
-
-
외떨어져 사니 근심걱정이 없네법정스님배가 고파 밥을 먹으니밥맛이 좋고자고 일어나 차를 마시니그 맛이 더욱 향기롭다외떨어져 사니문 두드리는 사람 없고빈집에 부처님과 함께 지내니근심걱정 없네단순한 시지만 법정스님의 사는 모습이 보이는 듯 하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난 기독교와 가까우나 요즘은 법륜스님의 강의를 반복해서 듣는다.모든 종교의 궁극적인 목표나 재향하는
기고
명서영
2021.05.05 10:19
-
제6부 – 중천태왕 신라 태후를 유혹하다 “오, 과연, 과연 두 사람 모두 듣던 대로 경국지색입니다. 서천에서 강림하신 *서왕모(西王母)와 그의 딸 요희(瑤姬)가 틀림없습니다. 어서, 어서 이리 가까이 오세요. 짐은 두 분이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밤잠도 잊은 채 뜬눈으로 지새워 속이 은결들 정도랍니다. 짐의 이 목 좀 보세요. 학(鶴)
기고
최재효
2021.05.01 07:11
-